부산 중심지이자 최대 번화가인 서면을 확 바꾸는 시도가 진행된다. 부산 부산진구청이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서면 일대를 4개 구획으로 나눠 각각의 분위기에 맞는 세대별 테마 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부산진구청은 ‘부산진구 서면권 세대별 테마 거리 조성 사업’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추정 예산은 약 269억 원으로 환경 정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6년 세대별 거리 조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진구청은 일단 서면 각 거리를 구분해 특화하기로 했다. 구분 기준이 세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면 거리는 앞으로 △서면문화로 △서면 1번가 △젊음의 거리 △만취길 등 4개 구간으로 나뉜다. 만취길은 개성 살린 이자카야 등 술집이 대거 들어서면서 젊은층 사이에 통용되는 거리 이름이다. 도심을 정비하는 일을 넘어 서면으로 모든 세대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부산진구청의 노림수다.
‘서면문화로’는 영광도서 일대를 말한다. 영광도서를 필두로 식당과 카페 등이 즐비해 중장년층이 많이 찾지만 곳곳에 도로 시설이나 상징물이 설치돼 있어 혼란스럽다는 인상이 짙었다. 서면역 9번 출구 앞은 노숙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구청은 우선 시설물 정리를 진행한 뒤 스모그 쿨링 등도 설치할 예정이다. 노숙인 점검에도 나선다. 정비 이후에는 플리마켓 북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로 채운다.
복개천 일대인 ‘서면 1번가’는 모든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구청 측은 축제의거리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일단 기존 축제를 통폐합하고 물총축제나 맥주축제 등 최신 유형의 축제를 구상해 적용해 보기로 했다. 야간에는 주제와 테마가 있는 빛의 거리로 꾸민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구청은 일본 고베 사례를 차용하기로 했다.
전포동과 인접한 ‘젊음의 거리’와 ‘만취길’에는 2030 세대를 위한 콘텐츠 마련 방안이 제시됐다. 벽면 그래피티, 3D 홀로그램 아트 등 젊은 층을 위한 콘텐츠들을 구상해 적용할 예정이다. SNS 홍보가 잘되고 입소문이 탄다면 전국적 명소로 떠오를 수도 있다. 구청 측은 서면교차로에서 범일동으로 향하는 중앙대로 적정 구간을 ‘미디어 파사드 특구’로 지정한다는 구상이다. 특정 빌딩을 정해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나 조명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청 측이 이런 사업을 구상한 것은 서면 상권 몰락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서면은 전국적으로도 부산을 대표하는 도심이고 오랜 기간 독보적인 상권이었다. 최근엔 침체기로 판단된다. 광안리나 영도, 전포동 등 젊은 세대가 몰리는 곳들이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면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1.9%에서 2분기 14.3%, 3분기 14.6%로 증가했다.
구청 계획이 서면 일대 유입 인구를 늘릴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서면을 둘러싼 전리단길, 전포사잇길, 전포놀이터시장이 신흥 상권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어서 서면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전략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면 일대 월세가 올라 새로운 상권이 빠르게 이동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환경 정비 등 구청이 먼저 할 수 있는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와 있어 서면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논의할 예정이고,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고 방문하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