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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희비 갈린 여름 영화시장…극장 관객수 회복했다지만 ‘이상 기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여름 영화 대전이 열리면서 그 성적표에 영화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작비 200억~300억 원이 들어간 작품이 여럿 개봉한 데다 향후 극장가 분위기를 점칠 수 있을 기회여서다. 올여름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한국영화 네 편이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들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톺아보고, 극장가에 드리운 ‘이상 기후’의 원인을 살펴봤다.

 

■올해 여름 대전 승자는

 

 

7월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이 올여름 영화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이 영화는 개봉 20일 만인 지난 15일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24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679만 759명이다. 이 영화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선보인 한국영화 대작 4편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는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은 속도다. 추석 연휴까지 스크린에 걸린다면 80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영화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명량대첩 5년 전인 1592년 7월 이순신 장군의 조선 수군이 학익진을 펼쳐 왜군을 무찌른 한산 대첩을 다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김한민 감독은 이번 작품에 이순신 장군을 영웅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다”며 “배우 연기와 주제의식, 음악 효과 등 영화의 전 층위에서 최상의 수준을 일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헌트’의 선전도 놀랍다. 지난 10일 개봉한 이 영화는 23일까지 321만 3260명의 관객을 모았다. 24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어 꾸준히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서로를 간첩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액션 장르에 충실한 웰메이드 영화”라며 “한국 배우가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첫 사례일 것”이라고 했다.

 

■‘외계+인’ ‘비상선언’ 어땠나

 

 

초대형 SF 액션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영화 ‘외계+인’ 1부 성적은 참담하다. 영화 ‘타짜’(2006)와 ‘도둑들’(2012) ‘암살’(2015)로 흥행성을 인정받은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기에 더 의외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엔 순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됐지만, 이날까지 누적 관객수는 152만 7731명에 그친다. 이는 손익분기점인 73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산만했다는 평가가 많다. 1부가 잘되어야 2부 개봉을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데 배급사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개봉한 항공 재난영화 ‘비상선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봉 후 이틀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으나, 이후로는 ‘한산: 용의 출현’과 ‘헌트’에 추월당했다. 이 영화는 ‘관상’(2013)과 ‘더 킹’(2017)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이 영화엔 제작비 260억 원이 투입됐다. 이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203만 3574명이다.

 

■전체 극장 관객 수 회복했다지만…

 

올여름 극장가엔 내로라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1000만 관객을 넘는 영화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극장 관객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 사실상 ‘이상 기후’가 드리운 것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 시작인 6월부터 8월 21일까지 통계에 따르면 올여름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모두 2586만 906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 총관객 수인 2734만 2160명과 불과 147만 3098명 차이다.

 

 

 

강유정 영화 평론가는 “이젠 관객이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따져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봤다. 강 평론가는 “여름 공개 영화의 개봉일이 일주일 밖에 차이나지 않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영화 티켓의 가격 인상과 맞물렸다”며 “4인 가족이 주말에 영화 한 편을 같이 보고 팝콘과 음료까지 마신다면 10만 원은 필요하니 영화 선택에 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2D 영화는 성인 기준 평일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아도 조금만 기다리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이젠 영화 개봉을 할 때 극장에 걸리는 작품 이외에도 OTT 공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경쟁작이 OTT로 넘어가는 때도 계산해서 개봉 일정을 조율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올여름 극장가 관객 수는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며 “이젠 비성수기와 성수기를 나누지 않고 작품 자체로 승부를 보는 ‘다른 개봉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