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월 단체가 전두환씨가 생전 펴낸 회고록 관련 손해배상 책임을 전씨의 손자와 손녀에게까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전씨가 사망한 뒤 4명의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서 전씨의 책임이 이순자씨와 함께 손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자, 5월 단체가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이라며 손자녀에 대한 손배 청구는 취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최인규)는 25일 5·18 4개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회고록 저자인 전씨의 사망으로 인한 소송 승계 절차가 진행됐다.
전씨 측 법률대리인은 이전 재판에서 부인 이씨가 단독으로 법정상속인 지위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재판부 검토 결과 민법상 배우자는 1순위 상속자와 같은 자격으로 상속을 받게 되기 때문에 단독 상속을 받으려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해야 한다.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씨의 자녀 4명(3남·1녀)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서 후순위인 손자녀와 이씨가 함께 상속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전씨 측이 이날 재판에서 “손자녀들도 상속 포기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자, 5월단체 측 법률대리인은 “이 소송은 전씨가 5·18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부인 이순자씨의 상속 지분에 한해서만 손해배상 청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판부 판단에 따라 전씨가 물게 될 배상 책임은 이순자씨에게만 돌아갔고, 회고록을 발행한 아들 전재국씨에 대한 책임은 상속과 관계없이 유지된다.
한편 이날 5월단체 측은 이 재판이 상징적인 소송인만큼 온전한 승소를 위해 1심 인용액을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감액했다. 1심은 2018년 9월 전씨 부자에게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에게 각각 1500만원씩, 그리고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전두환 측은 2018년 10월 원심 판단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8월 17일 오후 2시 선고하기로 했다. 앞서 5·18단체 등은 전씨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계엄군 헬기사격 목격자인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같은 해 6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