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지방선거에서 핵심가치로 내건 ‘기득권 타파’와 ‘혁신공천’이 무색하게 전북정치는 여전히 막후정치(幕後政治)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과 전북정치권은 표면적으로 혁신과 새 얼굴, 도덕성 등을 강조하며 고강도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정치 영역에선 중앙당 인맥과 당내 실력자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전북은 대규모 탈당사태나 제3당 창당 등의 이벤트가 없을 경우 민주당의 공천이 선거의 판도를 사실상 결정짓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물밑싸움이 치열한 지역 중 하나다. 전북정치인들이 유독 선거철만 되면 정치 개혁 이슈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기 보단 당내 실력자나, 대통령, 대선 후보, 당 대표, 원내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전북정치권의 스탠스는 전통적으로 ‘무색무취’가 특징이다. 지역적 개성이나 당내 헤게모니를 주도하기보단 최근 정치트렌드에 맞춰 자신들의 캐릭터를 대입하는 게 보편화 된 셈이다. 예를 들어 투쟁이 이슈화되면 투쟁에 동참하고, 중도확장이 당내 과제라면 중도층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식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후 당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로서 상승세를 구가할 당시에는 이 전 대표와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가 많았다. 지난 총선과 지선 당시 당 대표인 그에게 잘보이기 위한 도내 정치인들의 충성경쟁도 활발했다.
정세균 노무현 재단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전북을 넘어 충청과 광주·전남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SK(정세균계)의 전북에 미치는 정치적 힘은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가 하향세를 탄 이후 본격화 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평가다. 정 이사장에 대한 전북정치권 인사들의 충성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다만 올해 지선에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한 이후 그와 지지자들의 당내외 장악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북정치권과 SK와의 관계에도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선 출마 예상자들이 너도나도 이재명 상임고문과 가까운 인사에 줄을 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인사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이와 별개로 비대위 구성과 공관위 구성에 있어서는 당내 실력자의 입김을 인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 비대위원은 특정 후보군에 유리한 발언이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및 공천관리위원들의 중립의무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공천과 경선 룰, 페널티 규정을 시스템화 한 것도 고무줄 기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실제 민주당 공천 기준과 가산·감점 여부는 정량화 돼 있다. 문제는 민주당 지선 후보로 나설 인물이 당내 핵심인맥과 얼마나 연결돼있느냐에 따라 규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전북정치권에 횡행한 민주당 인사 간 마타도어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규정은 피하고, 유리한 규정을 포함시키기 위한 사투에서 비롯된다.
전북선거판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으로는 “○○○예비후보와 송영길 전 대표가 막역한 사이다”, “ 이재명 상임고문이 ○○○후보를 보이지 않게 밀어주고 있다” 등이다.
과거 총선이나 지선에서 무소속 후보나 교육감 후보들이 파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한 것도 민주당 막후정치에 대한 도민들의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