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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With 2022 현장] 마산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코로나 사투 3년째 “ 이젠 정말 지쳤지만 그래도 버틴다”
코로나병동 간호사 2시간 동행취재
레벨D 방호복 입는데만 20여분

마산의료원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은 인터뷰 순간순간 자주 눈시울이 붉어졌다. 힘겹고 고단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경남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 2월 이후 자그마치 22개월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최전선에 투입된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초창기에는 두려웠지만, 끝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서로를 다독였다. 확진자가 점차 줄어들 때는 땀 흘린 보람을 느끼며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이후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속출하면서 번아웃 상태가 되어 버렸다. 최근 몇 달 사이엔 동료들의 퇴사 소식도 더 잦아졌다.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오늘도 환자들을 위해 병동을 달리는 마산의료원 코로나19 51병동 간호사들을 경남신문이 동행 취재했다. 이날 취재진은 격리병동 내부 취재를 위해 사전 교육과 병원 측의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2시간여 현장에 투입됐으며, 취재 전후의 진단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레벨 D의 무게

 

지난 7일 오전 9시, 마산의료원 51병동 간호사실 옆 탈의실, 9년 차인 김류진 간호사가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하는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눈 부위를 빼고 몸 전체가 하얗게 싸인 그는 거울 앞에 서서 투명 테이프로 방호 수트의 지퍼 부분, 모자 정수리 뒷부분. 덧신과 방호복을 테이프로 고정했다. 방호복이 흘러내리거나 틈이 생기지 않도록 보수하는 것이다.

 

사전에 2시간 교육을 받고도 20분 넘게 방호복 착용에 쩔쩔매는 취재진을 도우며 그는 “처음에는 저도 10분 넘게 걸렸는데 이제 속도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방호복을 입고 몸에 땀이 차기 시작하는 시간도 길어져 몸이 좀 적응한 것 같지만, 근무가 끝나면 땀으로 옷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인 것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레벨 D를 수백 번 입고 벗으면서 시간은 단축됐지만 고통의 무게는 여전하다. 얼굴을 꽉 누르는 마스크는 곧잘 볼에 상처를 내거나 트러블을 일으키고, 3겹으로 손에 낀 라텍스 장갑은 주사를 놓거나 컴퓨터 작업 등 세밀한 작업을 하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다. 옆자리 동료는 손 껍질이 벗겨졌고 그 옆의 동료는 피부병으로 수개월째 치료 중이다. 김 간호사는 특히 생리 중일 때가 가장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간호사들은 코로나19 병동으로 향하기 전 생명줄과 같은 방호복으로 중무장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두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방역수칙만 잘 준수하면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것을 모두 안다. 이제껏 병원에서는 4명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숨차게 달리고 숨 쉬듯 소독하고

 

오전 10시, 방호복을 착용한 김 간호사가 격리병동에 투입됐다. 간호사실에서 격리병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2개의 공간을 지나야 했다. 나가는 문은 단 1개다. 나머지 문은 모두 폐쇄됐다. 출입 카드를 인식시키고 빠른 속도로 문을 여닫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극도의 적막함 외에 일반 병동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복도 한쪽에 환자들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통 수십 개가 쌓여 있고, 등에 각자 다른 색의 종이를 붙인 이들이 오가는 게 눈에 띄었다. 서로 얼굴을 식별할 수 없어 종이 색상으로 간호사와 요양 보호사, 채혈사, 청소노동자 등을 구분한다고 했다.

 

김 간호사는 무전기와 차트를 챙겨서 잰 발걸음으로 병실로 이동했다. 김 간호사는 “수시로 병동을 오가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들어왔을 때 2~3시간 동안 최대한 분주하게 움직여야 모든 환자를 다 보고 나올 수 있다”며 “바쁘게 움직여도 응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인수인계가 여의치 않으면 5시간 가까이 머무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병실에 들어선 김 간호사는 모든 환자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마스크와 쉴드 페이스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기분이 좀 어떠세요? 식사는 잘하셨어요? 필요한 건 없으세요?”

 

밝고 상냥한 목소리에 환자들이 이것저것을 요구한다. 김 간호사는 숨쉬기가 힘들다는 환자의 몸을 자신 쪽으로 일으켜 세워서 기침을 유도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체위를 바꿔 상태 확인과 기존 지병 상태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또 환자들에게 물이나 밥, 약을 챙겨서 먹여주는 일도 했다.

 

간호사들은 환자 1명을 문진하면서 손을 사용할 때마다 끊임없이 손 소독을 했고, 병실을 나올 때마다 손과 발을 소독했다. 동행한 1시간 동안 취재진도 어림잡아 100번 넘게 손 소독을 했다.

김 간호사는 “소독은 정말 숨 쉬듯이 한다. 3년째 하다 보니 습관도 됐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여분 지났을까, 취재진은 흐르는 땀으로 페이스 쉴드에 습기가 차서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땀 범벅이 된 간호사들은 덧신을 신었는데도 성큼성큼 병실을 드나들었고, 환자들의 호출에는 달리기까지 했다.

 

 

#치매 환자부터 정신질환자까지

 

이날 51병동에는 총 25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영·유아부터 임산부, 외국인 확진자, 치매 환자,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위 중증 환자까지 환자들의 나이도 증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병동보다 간호사의 긴장도와 피로도가 더 높다. 게다가 격리병실 특성상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다 보니 업무 외적인 일도 간호사들이 모두 도맡는다. 입·퇴원 절차부터 사망자의 기본 시신 처리까지 모두 간호사의 몫이다. 게다가 최근 고령층의 위 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업무 강도가 더 강해졌다.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하루 저녁에 10명이 넘는 환자들이 입원하기도 해요. 경남도에서 보내는 재난 문자가 울릴 때마다 무서워요. 오늘은 얼마나 많은 환자가 올까. 몸은 너무 지쳐있는데 환자들은 점점 더 중증이고, 동료들은 계속 떠나잖아요. 지난해 많은 신규 간호사들이 들어왔지만, 또 교육을 해야 하니깐 현장에서는 중간이나 고참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초반에는 초등생들의 응원이나 주변의 격려도 많았는데, 이제는 모두가 무뎌진 것 같아요. 현장은 사실 더 힘겨워졌는데….”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치유돼 퇴원하거나 응원해줄 때면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감당이 버거운 환자들도 있다. 특히 지난해 정신병동 집단 감염 사태로 정신질환자들이 대거 입원하면서 이상 행위 또는 자살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관리하느라 격리 병동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제 치매 환자들이 자신의 가운을 찢거나 페이스 쉴드를 벗기는 일은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최근 의료원에서는 한 치매 환자가 자신의 대변을 간호사에게 뿌리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김 간호사는 이날 꼬박 3시간을 채우고 나서야 병동에서 나왔다. 이마에는 빨갛고 선명한 고글 자국이, 볼에는 마스크 자국이 선명했고, 손가락은 부르터 있었다. 3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땀만 흘린 그는 입안이 메말라서 말하기도 힘겨워했다. “이렇게 근무하는 게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엔 괜찮았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며 “같이 고생하는 내 동기들, 선배들 때문에 버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땀과 눈물

 

이날 51병동을 찾은 강미숙 간호과장의 손에는 사직서 한 장이 있었다. 중견 간호사의 사직서였다. 올 들어 일주일 사이 벌써 2번째 사직서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이탈이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중견 간호사들의 이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 병동 간호사 중 절반 수준인 43명이 신규 간호사다.

 

강 과장은 “처음에는 희망과 사명감으로 함께 버텼는데, 사태가 너무 길어지니까 업무 과중에 체력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중견 간호사들이 많다”며 “퇴직 간호사 대부분 5~10년 차 숙련 간호사라 그 자리에 신규 간호사가 투입되면 기존 중견 간호사의 현장 업무 가중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병동에서 나온 간호사들은 샤워 후 젖은 머리를 대충 묶고 격리병실과 분리된 간호사실에서 서류 작업을 시작했다. 몇 시간 진을 빼고 나와도 다리 뻗고 잠시 누워 쉴 만한 공간은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병동과 통하는 탈의실은 남·여 각 1 개실 뿐이라서 교대 시간이면 줄을 서야 한다. 일반 병동보다 방호복 착탈의 등 추가 업무가 많기 때문에 밥도 먹지 않고 서류 작업을 해야 퇴근 시간을 겨우 맞출 수 있다. 김 간호사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4시 퇴근 시간까지 밥을 먹는 일은 거의 드물다고 했다. 게다가 간호사들을 위한 제대로 된 옷장이나 수납공간 없이 빈 병실의 침대 위에 옷과 샤워용품을 쌓아두고 사용하고 있었다.

 

51병동을 책임지는 김현주 수간호사는 “병상 확보가 우선인 상황에서 간호사들을 위한 공간을 더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마산의료원에는 94명의 간호사가 코로나19 3개 격리 병동에 근무한다. 공공의료원 간호사라는 이유로 긴 시간 희생하고 버텨 온 이들은 우리의 누이이자 동생이고, 엄마이자 친구다.

 

“저희가 큰 사명감이 있어서 이곳을 지키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매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고되지만, 내가 공공병원에 근무하고 있고 내 직업이 간호사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것이죠. 3년째 신체적인 피로가 높아진 데다 우울감도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에요. 감염 우려 때문에 야외 활동도 마음 편히 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 물론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노동하는 가치를 알아주면 좋겠어요. 공공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게 자랑스럽고 좋다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되길 바랍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