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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화마 이겨낸 강인한 기개…다시 천년세월 독야청청 하리라

양양 낙산사 나무들

 

 

2005년 산불로 사찰 전각 대부분 소실 악몽
일부 나무 여전히 그을린 상처 품고 살아가
다행히 복원·신축 원활 옛 아름다움 되찾아


낙산의 6개 자랑거리는 칠층석탑, 담장, 홍예문, 의상대, 홍련암, 나무 등이다. 석탑은 통일신라 시절 의상(義湘)대사가 3층으로 만들었으나 세조 13년(1467년)에 7층으로 만들어 수정염주와 여의보주를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보물 제499호로 지정돼 있다. 원통보전을 둘러싼 담장은 조선 세조가 사찰을 중창할 때 처음 쌓았다고 전한다. 높이는 약 3.8m, 전체 길이는 약 220m로 일부 원형이 남아있고 대부분 2005년 산불 이후에 보수했다.

의상대(義湘臺)는 의상대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와 낙산사를 지을 때 이곳에 이르러 산세를 살핀 곳이며, 그의 좌선(坐禪) 수행처라고 전해진다. 낙산사에서 홍련암의 관음굴로 가는 해안 언덕에 있다. 주위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시인 묵객이 즐겨 찾던 곳으로 지금도 낙산사를 찾으면 반드시 들러 보는 곳이 됐다. 1467년에 지어진 홍예문(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3호)은 현재 누각을 쓰고 있다. 누각은 1963년에 세워졌다. 홍예문은 강원을 상징한다. 축조될 당시에 강원도는 26개(강릉, 원주, 회양, 양양, 춘천, 철원, 삼척, 평해, 통천, 정선, 고성, 간성, 영월, 평창, 금성, 울진, 흡곡, 이천, 평강, 금화, 낭천, 홍천, 양구, 인제, 횡성, 안협)의 고을이 있었는데, 세조의 뜻에 따라 각 고을에서 석재 하나씩을 내어 쌓았다고 한다. 강원 고을 전체가 참여해 조성한 건축물이라는 의미로서 강원의 상징물이 아니겠는가.

유서 깊은 홍예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배나무가 보인다.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아 맛나게 먹었던 배가 떠올랐다. 1893년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를 개량해 심은 낙산배 시조목이란 안내문이 있다. 의상대 주변의 소나무와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해송, 그리고 원통보전 주변의 느티나무, 벚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등이 눈길을 끈다.

빈일주 건물 옆으로 느티나무와 굴참나무,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의상대 옆에 해송이 사는 게 아니라 적송이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굴참나무가 산을 벗어나 해안가로 나들이 나와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굴참나무는 높이가 19.5㎝, 둘레 211㎝, 지름 64㎝다. 2005년 산불에도 운 좋게 살아남아 위풍당당한 모습이 여전하다. 사찰 주변에는 2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그중에는 산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 소나무들은 단원의 그림에 나오는 소나무와 비슷한 위치에 있어 시선을 끈다.

의상대 주변의 소나무는 특이하게 바다와 인접해 있는 지역인데도 적송 네 그루가 서 있다. 벼랑에 위치한 세 그루를 제외하고 한 그루의 위치는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나무 높이는 14m이며 둘레는 180㎝다. 홍련암 방향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해안선과도 잘 어울려 멋진 풍광을 만들고 있다. 이 나무는 단원의 `관음굴' 그림에 그려진 소나무와 매우 비슷하다. 그림, 사진 등 이미지를 만드는 작가들은 눈썰미가 있다. 닮았는지 작은지 큰지 등 외형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착상시키는 능력이 크다. `관음굴'에 그려진 바다와 가장 인접해 있던 소나무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옛사람들은 현대인과 보는 관점이 달랐다. 관음굴은 지금보다 과거에 더욱 명성을 얻었다. 관음굴 앞에 있는 홍련암은 낙산사를 초토화 시켰던 대형 산불에도 살아남아 뭇사람에게 경외감을 주며, 발길을 붙든다. 시대에 따라,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머무는 시선도 다르다. 의상대에서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이 여럿 있다. 단원의 그림에 나오는 비석은 필수이고 해안 절벽에 핀 해국은 선택이다.

글·사진=김남덕 사진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