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언론이 해묵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 리스크’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번 상황은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 제2차 지방이전을 막기 위한 움직임과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주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을 막기 위한 프레임 전략으로 이미 이전을 마치고 안착 중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정작 기금운용본부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금 수익률은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기금운용본부 팀장급 직원 2명이 퇴사를 결정한 것을 빌미로 ‘침소봉대’식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는 식의 해석으로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에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고민은 조직이 창설되던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난제로 밝혀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은 지난 2013년 7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확정됐는데 만약 이들 언론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서울에 소재할 당시에는 인력 수급이 원활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기금운용본부는 1998년 40조원 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위해 기금운용조직을 기금운용실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시작됐다.
기금운용본부가 지금처럼 국민연금공단에서 따로 떨어져 독립적인 조직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현재 국민연금공단 강남사옥 자리로 옮긴 2005년도부터다.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 전문가 인력 수급 문제는 서울에 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 9월엔 <매일경제>가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장 공개채용에 나섰지만 열악한 연봉수준과 근무환경으로 마감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 단 2명만 응시했다고 보도했다.
별도의 사옥을 갖추고 기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대폭 불어나면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자 인력난 역시 가중됐다. 본부 출범 당시 두 자릿수 이던 기금은 올해 8월말 기준 약 930조 원으로 내년엔 1000조 시대가 전망된다.
2006년에는 <연합인포맥스>가 “그동안 국민연금기금 운용인력의 부족은 국감을 포함해 누차 지적됐던 문제”라고 전했다. 해당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2008년엔 국민연금공단의 자산운용인력의 이탈이 늘어났다. 전년도 한해 동안 10명 정도의 운용인력이 이탈한 데 이어 당해 현직 팀장을 포함해 3명이 곧 이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같은 해 <한국경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 인력의 잇단 이탈로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주식팀장을 비롯한 5~6명의 인원이 조만간 자리를 옮겼고, 다른 핵심 인력의 이탈도 우려된다는 전언이었다.
또 자산운용업계의 잦은 이직과 퇴직, 낮은 근속년수는 동일한 사안인데 마치 기금운용본부 직원의 퇴직 원인이 오로지 소재지에만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15일 2015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퇴직률과 타워스왓슨이 실시한 자산운용업계 퇴직률 조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시장 퇴직률보다 공단 퇴직률이 2016년도를 제외하곤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단 퇴직율은 각각 2015년 5.6%, 2016년 14%, 2017년 11.6%, 2018년 14.1%, 2019년 9.2%, 지난해 11.3%, 올해 10월까지 4.5%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시장퇴직율은 2015년 13%, 2016년 12.3%, 2017년 12.3%, 2018년 15.1%, 2019년 21.1%, 지난해 13.3% 등으로 나타났다.
결원율의 경우 올해 4.0%로 서울 강남에 본부가 있었던 2015년(6.8%)과 2016년(12.7%)에 비해 낮아졌다.
기금운용본부 자산운용 전문가들의 잦은 퇴직과 이직은 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연기금을 운용하면서 적절한 성과 보상 시스템이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원들에 대한 성과를 인정해 기존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지급할 경우 ‘성과급 잔치’라고 보도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최근 3년 간 기금 수익률은 2019년 11.31%, 지난해 9.70%, 올해 8월까지 9.65%로 전체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김윤정 kking152@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