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1박 2일에 걸쳐 광주·전남을 찾아 ‘전두환 옹호발언’ 사과와 함께 김대중 정신 계승 의지를 밝혔지만, 싸늘하게 식은 호남 민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방문 첫날 찾은 광주 5·18민주묘지에선 사과문을 낭독했지만 ‘잘못의 내용과 재발방지책’이 빠졌다는 이유로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틀째 찾은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선 ‘김대중의 국민통합 정신’을 내세웠지만 정작 호남지역 공약을 묻는 말에는 답변을 회피하면서다.
 

윤 후보는 11일 오전 목포 삼학도에 자리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아 둘러본 뒤 “국민통합으로 어려운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은 김대중 대통령의 행정과 지혜를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김대중대통령 하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하면서 평생 살아오신 분이다. 대통령이 되신 뒤로는 자신을 힘들게 했던 분들 다 용서하셨다. IMF 국란에서는 국민통합이라는 큰 밑그림으로 국난을 극복해 나가셨다”며 재차 ‘국민통합’을 내세웠다. 그는 이어 “저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분들도 다 존중하겠다. 그분들은 저마다 입장이 있고 제가 차기 정부를 맡더라도 저를 반대하는 분들도 다 포용하고 모든 분들 다 국민으로 모시고 국가정책을 펼쳐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역갈등·국토균형발전과 관련해선 “국가 전 지역이 균형 있는 발전을 해서 경제성장과 번영에 있어 후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를 맡게 된다면) 중요한 국가운영 (의사)결정에서 (특정 지역의) 기회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 지역 간 균형발전과 통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지역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 문제에 있어서도 다 똑같이 균형있게 치우치지 않게 경청해갈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이라는 것은 갈등과 의견 차이를 조정해가는 거고, 국민의 뜻에 따라 나라가 운영돼야 하지 않나”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그러나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호남지역 공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구체적으로 ‘전두환씨가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은 (사과 이후) 인식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분(전두환)에 대해서는 제가 충분히 말씀드렸기 때문에….” 라고 했고, ‘호남지역 공약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그렇다”고 했다.

한편 지난 10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와 마찬가지로 11일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앞에서도 ‘전두환 옹호’ ‘개 사과’ 등 윤 후보의 5·18 폄훼 행위에 대한 지역민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1박2일 광주전남 방문 일정을 마친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소탈하면서 기득권과 싸운 노무현 정신을 잘 배우겠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