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한파를 견뎌낸 한국 조선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6월 신규 수주에서도 중국을 따돌리며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19에 막혔던 발주량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순항을 견인하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대호황)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하반기 발주가 예상되는 카타르발 LNG 프로젝트 등 호재가 계속될 전망이라 중소 기자재 등 연관 업계는 물론, 그간 부침을 겪었던 지역 경제도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6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신조선은 415만 CGT(131척)다. 이중 한국이 182만 CGT(40척, 44%)를 수주하며 2개월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57만 CGT(63척, 38%), 일본은 30만 CGT(14척, 7%)로 집계됐다.

 

.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가격이 비싼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업계에선 수주 척수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평가한다.

 

주목할 점은 업황 회복세다. 올해 1~6월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은 2402만 CGT로 작년 같은 기간 824만 CGT보다 192%나 증가했다. 게다가 이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나온 최고치다.

 

국가별로는 중국 1059만 CGT(389척, 44%), 한국 1047만 CGT(260척, 44%), 일본 182만 CGT(68척, 8%)으로 한국과 중국이 세계 1위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1만 2000TEU급 이상) 1400%(2020년 8척→148척), LNG 운반선(14만㎥ 이상) 438%(3척→16척), 초대형유조선(VLCC) 138%(13척→31척) 등 대형선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뚜렷한데,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세계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한‧중 격차인 12만 CGT는 1만 5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의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하반기엔 어렵지 않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은 상반기 발주된 LNG 운반선 16척을 모두 쓸어 담았다. 여기에 유조선 51척 중 42척(82%), LPG 운반선 72척 중 52척(72%), 초대형 컨테이너선 148척 중 81척(55%) 등 고부가 선박에서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의 상반기 수주 실적으로 전년 동기 135만 CGT와 비교해 약 7배가량 증가한 실적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한국 조선으로 쏠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도 꾸준히 증가세다. 6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달 대비 173만 CGT(2%) 증가한 8091만 CGT다. 중국 3041만 CGT(38%), 한국 2673만 CGT(33%), 일본 866만 CGT(11%)다.

 

한 달 사이 한국은 116만CGT, 5%↑나 늘어난 반면, 중국은 36만CGT, 1% 소폭 증가에 그쳤고, 일본은 8만 CGT, 1%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한국 677만 CGT, 34% 증가, 중국 213만 CGT, 8% 증가, 일본 229만 CGT, 21% 감소다.

 

선박 가격도 더디지만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38.5포인트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1만 3000~1만 4000TEU) 1억 2250만 달러→1억 2800만 달러, VLCC 9500만 달러→9,750만 달러, S-max 유조선 6300만 달러→6,500만 달러, A-max 유조선 5050만 달러→5100만 달러, LNG 운반선 1억 8900만 달러→1억 9000만 달러로 모든 선종의 선가가 올랐다.

 

전망도 밝다. 클락슨이 발표한 ‘Clarksons Research Forecast Club’ 4월 보고서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이 작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중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한해 1800척(4000만 CGT)에 달하는 물량이다.

 

올해와 내년 역시, 세계 경제 회복과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작년보다 50% 이상 증가한 연평균 약 1200척(3100만 CGT) 증가를 예상했다. 2020년 795척에서 2021~2022년 1227척(54%↑), 2023~2026년 1789척(125%↑), 2027~2031년 1959척(146%↑)의 꾸준한 상승세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소의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은 15000TEU 이상 대형선을 중심으로 매년 250~300척이 쏟아질 전망이다. 이는 작년 105척 대비 2~3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2020년 105척에서 2021~2022년 210척(100%↑), 2023~2026년 251척(139%↑), 2027~2031년 301척(191%↑) 흐름이다.

 

LNG 운반선도 환경규제, 선대 교체 수요 덕분에 연간 60척 이상 견조한 발주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LNG 운반선은 지난해 총 53척이 발주됐는데, 올해와 내년 64척(21%↑), 2023~2026년 62척(17%↑), 2027~2031년 62척(17%↑)으로 증가세를 점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 2곳이 있는 거제는 물론,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가 밀집한 통영, 고성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