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관련 찬·반을 묻는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정상추진’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도정의 입장을 놓고 도내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와 경제계 등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도민사회가 다시 한 번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제주권공항인프라확충범도민추진협의회와 제주지역단체경제단체협의회는 11일 성명서를 통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지역 경제계는 지속적으로 제2공항 추진 의지를 피력해 왔다”며 “제주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제주의 미래 가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제2공항건설촉구 범도민연대 성산읍 청년 희망포럼도 이날 논평을 통해 “원희룡 지사의 제2공항 필요성에 대한 입장 발표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킨 당연한 결과”라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원 지사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날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면담하고, 원 지사의 일방적인 입장 발표에 대해 질타했다.

좌 의장은 “제주도의 명분이 성산주민 찬성이 많아서라면 도의회와 협의를 했어야 했다. 여론조사 이후 갈등을 유발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독재 도지사가 아니라면 도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설득이 먼저다. 어제(10일) 발표는 도민과 도의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앞으로 도민사회가 갈등으로 치닫고 문제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원 지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 부지사는 “국토부 요청에 따라 공문을 보내기 전에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갈등 해소를 위해 도정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어제 원 지사의 발표는 당혹스럽고 황당하다. 단순한 도지사의 정치적 소신을 떠나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숱한 논의 끝에 간신히 성사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를 이끌었던 박원철·홍명환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전체의 뜻이 어떠하든 도정이 원하는 추진 강행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원 지사는 국토부에 제출한 제2공항 추진 필요성을 밝힌 공문을 당장 철회하고, 스스로 사퇴해 도민사회를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넣은 현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고 “여론조사는 형식적이었고, 의견 수렴을 한다는 이유로 도민들을 들러리 세운 꼴이 됐다”며 “민의보다 소신이 중요하다는 원 지사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제주도의 입장 발표 이후 원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던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2일 오전 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 지사를 규탄하고,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김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