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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드나드는 사람 없는데…" 대구 연호지구에 터잡은 '무늬만 빌라'

국민연금·건보료 미납 우편물에 펑크 나거나 창문 열린 차량 주차
등기부등본에는 서울·경기 주민, 초인종 눌러도 답하는 사람 없어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수도권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LH가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하고 있는 대구 수성구 연호지구에도 외지인의 땅 투기 의혹(매일신문 5일 자 6면)이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9일 오후 2시쯤 연호지구 내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는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한 우편함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미납통행료 등 연체된 요금의 납부를 독촉하는 우편물들이 가득했다. 집배원이 우편물 도착 안내서를 붙여놓긴 했지만 이를 확인한 흔적은 없었다. 1층 주차장에는 차량이 8대 정도 있었는데 타이어가 펑크나 있거나 심지어는 창문이 열린 채 세워져 있었다.

 

연호지구에 사는 주민들은 이 다세대주택에 사람이 사는 걸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연호지구의 한 주민은 "아침이면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텐데 한 번도 사람이 드나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이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교통도 불편한데 굳이 여기 와서 사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모두 건물이 지어지기 전 전입신고를 한 뒤 등기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거주를 전제로 미리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이는 요즘 드문 경우"라며 "아무래도 보상을 받으려면 거주기간을 충족해야 하기에 이 건물을 대상으로 미리 전입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연호네거리 입구 인근에 있는 다세대주택의 경우 3층에 사람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서울, 경기 지역 주민이 이 건물을 구입한 기록이 나왔다. 이들이 구입한 다세대주택 해당 호실에 초인종을 눌렀지만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연호지구 원주민들은 이러한 다세대주택이 2017, 2018년 사이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어떤 건물은 문자 그대로 '밤낮없이' 공사를 진행해서 몇 달도 안 돼 뚝딱 지어내더라"며 "그런데 다 지어진 그 건물에 사람이 드나든다거나 불이 켜진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호지구에 대해 의심의 눈길이 많아지자 일부에서는 "이곳도 전부 조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방송 뉴스에 소개된 LH 직원의 내부 메신저 채팅 내역에도 "대구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거다"는 내용이 있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도 LH 직원으로 보이는 글쓴이가 "수도권만 조사하나 보다, 대구경북도 장난 아닌데"와 같은 글이 올라와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주민들도 LH가 실제 거주 여부를 제대로 조사했을지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주민은 "LH가 토지 보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걸 '실거주 여부'로 잡았다면 신용카드 명세서 등을 통해 그 사람이 주로 어디에 거주했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LH 측은 자꾸 '투기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 사이에 많은 소문이 돌고 있었음에도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조사에 대한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연호지구에 대해서는 시에서 따로 계획을 세워놓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아직 투기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게 없다"며 "현재 구청에서는 따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