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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코로나 이후 영화 산업은] (중)극장에서 OTT로 무게 이동

극장 대신 넷플릭스…‘사냥의 시간’ 한국 영화사 변곡점

 

 

 

코로나19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감염병 사태로 불특정 다수와 함께 영화를 보는 극장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어쩌면 앞으로 극장은 특별한 날에 가는 이벤트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세계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중심축이 극장에서 OTT로 이동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

 

넷플릭스 예상 웃도는 ‘집콕’ 특수

개봉 미뤄진 영화들 OTT 공개

독립예술영화 설 자리 줄어들 듯

영진위 OTT 유통지원 강화해야

 

■‘코로나 특수’ 누리는 OTT

 

윤상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 법정 다툼까지 이어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이후 극장 공개가 예정된 수순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업계가 추락하면서 개봉을 하반기로 연기하는 대신 OTT 공개를 택했다. 한국 영화사에서 변곡점으로 기록될 만한 일대 사건이 됐다.

 

실제로 한국 극장가는 하루 관객 2만 명을 불러들이기도 힘든 상황인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가입자 수를 늘리며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1일 2020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넷플릭스는 원래 예상했던 가입자 700만 명의 배가 넘는 1577만 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가입자 대부분이 3월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한국 영화산업 수익 구조가 극장 매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현재 80%에 가까운 영화계 수익이 극장 상영을 통한 관람권 매출에서 나오고 있다. 극장 중심의 시대에 한국 영화계가 봉준호 감독을 낳았다면, OTT 시대 ‘제2의 봉준호’를 배출하고 건강한 영화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게 영화인 대부분의 주장이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배장수 대변인은 “OTT가 영화산업의 중심이 된다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독립예술영화의 설 자리가 더 줄어들 확률이 높다는 점”이라면서 “아직 OTT 시장의 온라인 통합 전산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할지 알 수 없어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를 이른 시일 내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그동안 영화산업은 극장에서 모든 걸 회수해야 하는 극장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OTT라는 패러다임이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 되고 있다”며 “다만 현재 계약 관행상 흥행이 더 된다고 해서 인센티브를 더 받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 OTT와의 관계와 관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제작자로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영화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OTT는 과학정보기술통신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OTT용 전문 영화가 나왔을 때 산업의 변이를 고려해 이를 조율할 부처 간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기는 기회’ 부산 제작사 목소리

 

코로나19 사태로 영화산업계 전반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영화산업 중심지가 아닌 부산에서는 오히려 ‘위기는 기회’라며 미래를 준비하는 제작사들이 눈에 띈다.

 

‘심야카페’ 등 웹드라마를 제작한 경력이 있는 부산 제작사 케이드래곤 김희영 대표는 “싱가포르 OTT 사업자 ‘훅(HOOQ)’이 청산되면서 웹드라마 납품 계약이 무산됐다”며 “아쉽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고 제작비가 적게 들어 위험성이 낮은 저예산 공포 영화로 OTT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부산시가 적은 예산을 여러 제작사에 쪼개기 지원을 하기보다 경기도가 유통사와 매칭 지원을 하는 것처럼, 시와 유통사가 5:5로 예산을 투입하는 매칭 계약으로 될 만한 작품에 지원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도 독립 영화계는 OTT 시대 산업의 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중견 독립 영화감독은 “상업 영화와 달리 독립 영화는 넷플릭스 같은 곳과 연락할 수 있는 라인이 없어 아쉽다”면서 “OTT 플랫폼 내에 독립 영화 채널이 있다든지 일종의 쿼터제로 산업 지원금을 주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집’(2019) 등 다수의 독립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아토(ATO) 김지혜 대표는 “사실 독립 영화는 코로나 전부터도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었고 사람들이 OTT를 통해 영화를 소비한다고 해도 상업 영화를 택할 확률이 높다”며 “그나마 영진위에서 독립 영화만 전문적으로 관리·유통하는 OTT 유통지원센터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