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변방이던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이 글로벌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지정학적 격변의 파도를 타고, K-방산은 2022년 한 해에만 173억달러(약 23조원)라는 경이적인 수출 실적을 올리며 세계의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압도적 '가심비'와 전쟁을 상정한 '번개 납기', 고객과 운명을 함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빚어낸 쾌거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의 이면, K-방산의 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균열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금의 열풍이 K-방산이 새로운 왕조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인지, 아니면 찰나의 황금기를 누리다 쓰러질 것인지 가늠할 중대한 기로에 섰다. ◆ '가심비'와 '속도'로 세계를 홀리다 K-방산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격 대비 월등한 만족감'을 의미하는 '가심비(價心比)'가 첫 번째 열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는 독일의 명품 PzH2000과 핵심 성능은 대등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포탄을 쏜 뒤 적의 반격이 닿기 전에 신속히 진지를 이탈하는 '슛앤스쿳(Shoot-and-Scoot)' 능력은 현대 포격전의 핵심 생존 비결이며,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삼성이 경북 구미에 8조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수년 전부터 구미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각종 절차를 밟으며 현재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SDS는 2023년 말 삼성전자 구미1공장 부지 일부를 215억 원에 매입해 사업의 초석을 다졌으며, 지난 3월에는 대규모 전력 사용의 필수 관문인 '전력 계통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현재 구미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후속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S 경영진도 지난달 26일 잠실 사업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르면 2027년 말, 늦어도 2028년 초 완공한다"고 공식화했다. 업계는 이를 구미에 건립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삼성이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심장이었던 구미에 건설하는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산업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수만여 장을 탑재한 120MW 규모로, 최근 SK와 아마존이 발표한 100MW급 울산 데이터센터(약 7조 원)를 뛰어넘는 국내 단일
도레이그룹이 경북 구미에 2025년까지 5천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구미시가 첨단소재 분야 글로벌 생산기지로 도약할 전망이다. 도레이와 도레이첨단소재는 22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경북도, 구미시와 고기능 탄소섬유 및 아라미드 섬유, 친환경 소재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해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도레이는 구미에 총 5천억 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아라미드섬유, 정보통신(IT)소재용 필름, 2차전지 분리막 등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이미 도레이첨단소재 구미4공장에선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산 3천300t 규모의 탄소섬유 3호기 증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연산 8천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구미1공장에는 연산 3천t 규모로 건식방사 공법의 아라미드 섬유 생산설비 2호기를 증설한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500도의 고온에서도 견디는 슈퍼섬유로 전기차 구동모터, 내열 보호복, 초고압 변압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이번 증설을 포함해 연산 5천t 규모를 확보, 원가·품질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도레이의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생산하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가 중동의 큰손 사우디아라비아에 대규모 수출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수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계약액(4조7천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4월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한 구미시로서는 대형 호재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2일 리야드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우디가 상정한 위협 대상이 있다. 구체적 무기 체계와 수량을 거론하면 주변 국가가 이를 추정할 수 있어 사우디 측이 민감하다"며 "성사 단계에 와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우디는 구미에서 생산되는 요격미사일 천궁-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의 공격을 받아 요격미사일 수요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