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궁금했다. 덕후의 DNA는 타고나는 것일까. 경주마처럼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며, 월세를 왜 내는지 모를 정도로 길바닥 생활을 마다하지 않고 덕질을 했던 지난날의 나는 과연 덕후라고 할 수 있을까. 아, 물론 지금도 취미라는 이름의 덕질은 이어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진정한 덕후들의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대상이다. 덕후들에게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크고 작은 힘이 있다. 그리고 상당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뮤지엄'을 만들기도 한다. 경제관념이 약간 없고, 이상한 기질이 있으며, 이성적 판단이 잘 안 되는 그 괴짜 같은 덕후 관장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기획을 준비했다. 세상의 모든 덕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편집자주 "지금은 손을 씻었어요."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이영진(사진) 관장이 말했다. 더는 악기 수집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과연 가능할까 의아해 하던 순간 이 관장이 다시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게 몇 개 있긴 해요.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사야 할 악기가 있는데…." 그럼 그렇지. 30여 년을 악기 덕후로 살아온 그에게 수집은 무 자르듯 단칼에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악기가 있는지 박물관의 벽까지
행운의 여신은 앞머리가 무성하고 뒷머리가 없다. 지나가 버렸을 때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는 행운의 속성을 뜻한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이다. 이러한 기회를 잡는 것은 준비된 자들의 몫임이 분명하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친 조성진의 이야기이다. 그동안 기다려왔던 빈필 데뷔 무대는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성사됐다. 이날 공연은 당초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의 협연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지지성명을 냈던 사실이 문제가 됐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러시아 연주자들의 출연이 줄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 푸틴'인 이들은 공연에서 배제됐다. 우크라 침공 '친 푸틴' 연주자들 제외 공연 전날 연락받아 '리허설' 시간 촉박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야닉 네제 세겡이 맡았다. 조성진은 공연 전날 자정 무렵 연락을 받고 곧바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마지막으로 연주한 지 3년이 됐고, 빈필과의 협연도 처음이었다. 서로 맞춰볼 리허설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전성기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TT는 이제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전달하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에서 확장해 기획과 제작, 특화된 분야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OTT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한 곳이 바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영화시장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시작된 OTT 'VoDA(보다)'는 다큐멘터리만 볼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인 동시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자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 지원 다큐멘터리 플랫폼 '보다' 수익 80% 창작자 전달 '공익적 구조' 무엇보다 '보다'의 가장 큰 특이점은 창작자 중심의 수익구조이다. 현재 '보다'는 월정액제가 아닌 개별 작품 단위로 결제되는 구조로 운영되며, 수익의 80%가 창작자에게로 간다. 공익적 OTT인 셈이다. 사실상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허은광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장은 "향후 2~3년간 계속해서 플랫폼을 업데이트하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운영해 나가야
"어디서 본 곳 같은데?","좋아 보이는 저 장소는 어디지?" 방송사뿐 아니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는 요즘. 지역마다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는 경기도에는 작품을 촬영하기 더없이 좋은 장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의 배경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블로그, SNS 등을 뜨겁게 달군 장소들을 소개한다. #그해 우리는 '화성 전곡항·궁평항·워터워크' 푸른 바다와 하얀 요트가 만든 진풍경 없던 첫사랑도 떠오르게 한다는 과몰입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사춘기 시절을 다큐멘터리로 강제 기록 당한 전교 1등 국연수(김다미)와 꼴등 최웅(최우식)이 10년 후 다시 만나 시작된 설렘 가득한 사랑 이야기이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여행지로 화제가 된 곳이 화성에 위치한 바다이다. 전곡항은 푸른 바다와 하늘, 하얀 요트들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조성된 다기능 테마 어항으로, 24시간 배가 드나든다. 웅장한 풍력발전기와 아름다운 섬, 맛있는 회를 맛볼 수 있는 수산시장 등이 위치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근처의 워터워크에서는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과 광활한 갯벌에서 오
우리가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는 구태여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버스정류장'은 미술관 외부 공간의 가장 바깥에 위치하며,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경계이자 도입부이다. 동시에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이 버스정류장을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담은 쉼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단순히 관습적으로 이용하는 시설물이 아닌, 미술관으로 가는 하나의 여정을 특별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대공원역·미술관 정·후문 정류장 단장 알루미늄 등 사용 주변환경 따라 변화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를 진행한 다이아거날 써츠(대표 건축가 김사라)는 대공원역, 미술관 정문·후문 등 모두 3곳의 정류장에 변화를 줬다.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function'이라는 주제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정류장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작은 문처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하나의 입구가 됐다. 3곳의 정류장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조금씩 달랐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점인 대공원역은 성향이 제각각인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팬데믹 시대는 비대면 콘텐츠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며 수요를 늘려왔다.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진 뮤지엄들은 온라인을 하나의 도구로 삼아 경쟁력을 높이고, 팬데믹 이후에도 존재가 잊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추진한 '2021년 사립 박물관·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제작 사업'은 지난해 처음 진행됐다. 공모로 선정된 전국 18개의 뮤지엄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토대로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이 중에서도 보는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경기지역 뮤지엄들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소개한다. → 편집자주 360도 VR 영상으로 만든 '나만의 집 같은 미술관' '윤상인 가이드' 내가 원하는 시선으로 예술품 감상 양평 구하우스미술관의 '나만의 집 같은 미술관'은 360도 VR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화면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기술이 구현돼 있다. 그러면서 마치 친구의 집과 같은 아늑한 미술관의 공간에 머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의 주제는 환영, 소통, 내면, 자연으로 구성돼 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내부와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고, 미술전문해설가인 윤상인씨가
경기아트센터의 2022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레퍼토리 시즌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조금씩 성장해왔다. 이번 시즌 역시 기존에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던 작품은 물론, 예술단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일 작품들도 함께 녹아있다. 그렇다면 경기도예술단 4명의 예술감독이 꼽은 올 시즌 기대 작품들은 무엇일까. #경기도극단 한태숙 예술감독의 '맥베스' 한태숙(사진) 감독과 함께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경기도극단은 레퍼토리 1 작품, 신작 4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한 감독은 부임 이후 극단의 잠재된 능력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발굴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올해 한 감독이 꼽은 작품은 바로 '맥베스'이다. 한 감독에게 '맥베스'는 좀 특별하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맥베스 부인의 관점을 중심으로 재해석 한 '레이디 맥베스'로 연극계의 찬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 이후 연극계의 거장인 한 감독이 선보일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 감독은 "연극공연만큼 생산성이 떨어지는 예술도 없다. 막이 내리면 엔진이
수원화성의 성곽을 따라 카페와 식당, 공방 등이 모여 있는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대. 이른바 '행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가게들이 늘어서며 100개가 훌쩍 넘는 점포들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오후 8시만 돼도 컴컴해졌던 수원의 대표적인 구도심이 어느새 방문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자연스레 이 일대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택의 두 집 걸러 한 집은 가게로 변했다. 여전히 골목 곳곳에는 주택 내부를 뜯어내고 리모델링이 한창인 공사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두어 달이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 이로 인해 동네가 활기차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명소가 된 만큼 수년 전에 비해 집값과 임대료, 월세가 적어도 몇 배 이상은 뛰었다. 보는 사람들의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7~8배 비싸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다 집을 팔고 떠난 주민들의 수도 상당하다. 동네 한 주민은 "주택을 내놓았다 하면 가게 한다고 사간다"며 "이곳에 사는 게 불편해서 집을 판다기보다는 대부분 주택이 낡았고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아 이참에 집을 팔고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 같다"고
청풍김씨 청평군파 종손 김희덕(74)씨는 지난 2년간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문집과 벼루함, 연적 등 소장품 60여 점을 꺼내놓았다. 종택의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사업이 생기면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전쟁 등 많은 일을 겪으면서 소장품 상당 부분이 사라지거나 파손됐다. 남은 유물은 소중하게 보관해 왔지만 개인의 힘만으로는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 씨가 흔쾌히 연구원에 소장품을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문중의 소장품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은 민감하고 어려운 일이다. 과도한 주목을 받거나 도난 또는 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연구원의 이러한 도움이 고마웠다. 그는 "개인으로서는 상상못할 일을 해줬다. 소장품을 관리하고 정리하기가 한결 편해졌다"며 "특히 소장품에 대해 대화할 창구가 생겨 안심되고, 우리 같은 소장자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적외선 장비 등으로 재질·기법 파악 해충 피해 예방 훈증처리·복원 진행 경기도 내 종택의 소장품을 보존처리 해주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지원 사업은 지난 2020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다. 사업 첫해에는 8개 문중 40
특유의 파격적이고도 유쾌한 예술세계를 구축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 그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전시와 행사 등이 올 한 해 펼쳐진다. 그야말로 '백남준의 해'이자 '축제의 장'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대체 불가능한 백남준'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과감한 기획을 준비했다. 기술을 통해 현실 세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예술과 인간, 세상에 대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낙관적이었던 그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1977년 백남준이 마흔다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선언한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라는 경계를 허물고 올해 1년을 풍성하게 채울 백남준아트센터의 선언이기도 하다. # '다정한 기술, 백남준답게'…올해의 전시는 백남준은 아방가르드에 대한 관심이 본래 자신의 성격에 새겨진 것임을 깨닫고, 이것이 예술로 이끄는 근원적 이유였음을 고백한 바 있다. 2022년의 첫 번째 전시인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는 백남준의 당당하고 끝없는 도전의 모습을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백남준아트센터 '대체 불가' 기획 준비 '삼원소'부터 시간 역순으로 작품 조명 2000년 구겐하임 회고전에 출품된 작품 '삼원소'를 시작으로 19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