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사거리. 신호를 기다리며 고개를 돌리자 가로등과 전봇대마다 현수막이 층층이 걸려 교차로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알리려는 입지자들이 홍보 현수막을 곳곳에 내건 것이다. 이미 선거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도심 풍경에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 김모(51) 씨는 "운전할 때마다 시야에 현수막이 걸리면서 방해가 된다"며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질까 걱정되고, 순간 시선을 뺏길 때가 있어 불안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비슷한 풍경은 인근 둔산동에서도 이어졌다. 예비후보 등록조차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새해 인사', '응원 메시지' 등 간접 표현을 앞세운 현수막이 교차로마다 걸려 있었다. 명절과 기념일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게시되는 홍보성 현수막에 시민들의 피로감은 누적된 상태다.
박모(25) 씨는 현수막이 걸린 사거리를 가리키며 "수능 때도 이렇게 많더니, 이제는 새해 인사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누가 봐도 홍보 목적이라는 게 느껴진다. 도시 경관이 점점 지저분해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당 소속 정치인의 현수막은 '정당활동'으로 분류되지만, 무분별하게 게시될 경우 안전과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정치인들의 현수막 게시 관행이 자리 잡은 와중에 최근에는 교육감 출마 예정자들까지 현수막 경쟁에 동참하면서 도심 주요 교차로가 사실상 홍보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교육감 선거의 경우 불특정 장소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구청 관계자들이 긴 철제 막대를 이용해 교육감 후보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철거 작업이 진행되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현수막 게시가 정치권의 손쉬운 홍보 수단으로 굳어진 만큼, 무분별한 게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위치나 기간이 지켜지지 않는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망을 피해 설치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정치 현수막의 허용 기준을 구체화하고, 전용 게시대 설치나 신고 포상제 도입 등을 통해 깨끗한 도심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