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초 나란히 문을 연 도이치오토월드와 SKV1모터스는 서수원 일대를 ‘중고차 성지’로 바꿔놓았다. 단일 건물 기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고차 판매업장이기도 한 도이치오토월드의 출현은 매매상사별로 나뉘어 경쟁관계 속에 개별 판매를 펼치던 중고차 업계를 대규모 집적 판매로 전환시킨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마치 소매점이 나란히 늘어선 구식 시장에서 대형 쇼핑몰로 상점들이 입점하듯 소비자 기호와 정보습득 경로의 변화에 발맞춘 행보였다. 소비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중고차 특장점과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커다란 실내 전시장에서 실물을 파악한 뒤 거래한다. 대형 집적 쇼핑몰의 존재 자체가 물건을 보증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개개인이 상사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높은 신뢰 속에 매각·구매가 이뤄진다.
과거 중고차 매매가 중고차 상사 방문→원하는 차량 지목→실물 차량 확인→거래의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유선상 안내됐던 차량이 아닌 ‘허위매물’을 소개해 고생하는 소비자가 발생했다. 지금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유튜브)을 통한 차량 정보 습득→해당 동영상 게시자(유튜버)의 상사 방문→동영상으로 확인한 매물 거래로 거래 양태가 변했다. 허위매물은 곧 유튜브 생태계 퇴출을 의미해 근절됐고 집에서 영상으로 여러 차량을 확인한 뒤 거래하는 식이어서 실제 거래 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었다. 노상에 주차된 차량이 아니라 매장 안에 전시된 상품이라는 부분에서 일반 상사 대비 대형 집적 매장의 특장점이 도드라진다.
지난 2019년까지 전국 대비 수원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를 보면 매도 이전등록, 상사 간 이전등록, 알선 이전등록을 모두 합친 거래량은 지난 2019년 전국 124만9천264대 중 수원 내 거래가 12만9천318대였다. 2개의 대형 집적 매장이 들어선 2020년 이후엔 단 1년 만에 23만87대(2021년)로 거래랑이 78% 늘어나더니 매년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엔 수원에서 28만1천644대가 거래됐다. 지난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인데, 지난해 전국 중고차 거래량이 125만2천640대로 2019년 대비 횡보한 것에 비해 수원 지역의 거래량은 크게 늘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증가세에 발맞춰 전국 대비 수원 중고차 거래량의 점유율도 16.8%(2021년), 18.6%(2022년), 20%(2023년), 22.4%(2024년)로 우상향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 즈음엔 점유율 30%를 돌파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전국 중고차 시장을 주름잡는 유명 중고차 플랫폼도 수원에서만은 예외다. 수원을 제외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업체도 수원 지역에서 30위권에 자리했고 상위 업체 대부분이 수원 소재 상사다. 이처럼 수 년 사이 수원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지만, 성장 뒤 그늘도 길고 짙다. 바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프라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