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한국인 근로자를 대규모 구금하면서 충청권 기업들이 술렁이고 있다.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이거나 인력을 파견하는 지역 기업들에 비자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겨서다. 또 이번 구금 사태로 한미 통상 협상에도 변수가 발생 예상, 수출업계도 고심하는 상황이다.
10일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공장 건설 등을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은 현재 작업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인해 미국 출장을 중단하거나, 현지 출장자를 긴급 귀국시키면서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단기 비자인 B1 비자나,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현지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이자, 미국에 투자한 충청권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미국 현지에 법인을 둔 기업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대전 지역 알루미늄 부품소재 기업인 알루코는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에 법인을 두고 있다.
또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덕신EPC는 조지아 덜루스에 공장이 있으며, 충북 유니언스와 엔켐 등도 조지아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인 지역 중소기업들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그간 B1 비자·ESTA 등으로 입국해 단기간 근무하는 게 관행적으로 여겨졌는데, 비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인력 운용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조지아주 사태로 인해 현지 투자 법인 설립이 늦어질 경우, 공급망 등에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 정식 비자 발급은 장기간 소요돼 지역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 비자 문제로 인해 한미 관세 협상이 지연되면서, 지역 수출업계마저 고심이 깊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국과 협상을 타결해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관세를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이행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실무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조지아주 단속 사태로 인해 협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충청권 주요 수출품이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인 만큼, 품목 관세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미국 현지 대사관·영사관, 관계부처 등과 함께 기업들의 비자 및 입국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라며 "정부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지아주 공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인들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2시 30분에 전세기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의 사정으로 10일 출발이 어렵게 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