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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산사태 취약지 시설물 설치·긴급 대피체계 구축 필요

[‘물폭탄’ 경남 강타] (하) 대책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에서 유례 없는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경남에서 발생한 ‘극한 호우’도 기후재난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극한’이 붙는 재난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산사태가 우려되는 구간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대피 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3~2023년 자연재해 사망·실종
경남 62명으로 전국서 가장 많아

 

경각심 없는 재난문자 대신 음성
재난훈련 동반 대피령 발동돼야

 

경북, 2023년 29명 사망 분석·정비
‘마을순찰대’‘과잉대피’ 가동 효과

 

◇기후재난은 계속된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산청에서는 632㎜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산청군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2년 3월 이래 7월 일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이번 집중 호우는 전국적으로도 ‘200년 만에 찾아온 폭우’로 불렸다. 호우로 전국에서 25명이 사망했는데 산청에서만 1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상태다.

 

기후변화 상황에서 기후재난은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동인 부경대학교 대기환경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전에는 국지성 강수, 국지성 폭우로 불렸지만 이제 ‘극심’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극심한 기상재해는 앞으로 자주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에 발생했던 극한 호우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원은 “비를 뿌리는 강수가 만들어지려면 해양에서 발달되는 강한 수증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해류의 온도가 이를 좌우하는데, 한반도 주변으로 과거와 다르게 해수온도가 많이 올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 온도가 25℃를 넘어서면 아열대 혹은 이상기온으로 판단되지만 이미 한반도의 바다는 여름마다 25℃를 넘어서고 있다. 경남 남해안은 이달 해수온이 28℃를 돌파하기도 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재산 피해는 복구를 통해 일궈낼 수 있지만 사망자는 돌아오지 못한다. 재난 앞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피해다. 그러나 최근 10년 경남의 자연재해 사망·실종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올해 2월 발간된 ‘2023년 재해연보’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경남에서 자연재해로 62명이 숨지고 실종됐다. 경남 다음으로 사망·실종자가 많은 곳은 경북(54명)과 경기(47명), 부산(43명) 순이다.

◇재난 대비= 호우 당일 지역민들에게 발송된 안전재난문자는 수십통에 이른다. 그러나 피해가 많았던 산청, 함안 등에서 직접 만난 이재민들은 안전재난문자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산청 신등면에서 만난 이재민은 “재난문자가 왔지만 어디로도 대피할 곳이 없었고 어디로 가라는 장소도 적혀 있지 않았다. 비가 가슴 넘게 차오른 상황에 빨랫줄에 의지해 2층이 있는 옆집으로 대피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재난문자만으로 재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안전재난문자의 과용이 오히려 주민의 경각심을 일깨워주지 못하고 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문자 경보가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일반인의 주의나 경각심이 거의 없다. 폭염경보부터 계속해서 문자가 오지만 일일이 보지도 않는다”며 “경각심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음성으로 나올 수 있게 한다든지 가시적인 위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피령’만으로도 부족하다. 기후재난이 빈번해질수록 재난 훈련 또한 동반돼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피하고 어느 곳으로 대피를 해야 할지 시물레이션이 구상되어야 빠른 대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산청 사례와 같이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산사태의 경우 사전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박재현 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계곡에 물이 불어나면 결국 토사와 토석을 동반해 아래로 쏟아진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황폐한 계곡이나 지형에는 토사와 토석을 막아줄 수 있는 사방댐이나 횡단 시설물을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산사태취약지역에 대한 ‘위험도 평가 연구’를 통한 긴급 대피 체계를 구축하고 위험지역 산간부나 계곡변에 주택 허가를 고려할 시에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첨부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종자가 발생했던 단성면 방목리 피해 주택은 계곡이 위치한 산 아래에 있었다.

◇경북 ‘과잉대피’ 가동= 경북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7월까지 20일간 700㎜의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 등으로 29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재난대비 시스템을 살펴 지난해부터 ‘마을 순찰대’, ‘과잉 대피 원칙’ 등의 대피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오래 거주한 마을 주민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마을 순찰대’는 누적강우 200㎜ 이상, 하루 50㎜가 예상되면 가동된다. 누적강우 300㎜ 이상에 하루 80㎜가 예상되면 주민을 무조건 대피시키는 ‘과잉 대피’를 가동한다. 특히 ‘마어서대피(마을순찰대와 함께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안전한 대피소)’ 프로젝트를 가동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모든 인원을 대피시킨다. 지난해 호우 당시 영양군의 한 지역에 대피를 거부하는 노인을 강제로 대피시켜 산사태로 집이 무너졌지만 인명을 구했다.

 

김재한 경북도 재난관리과 팀장은 “2023년 당시 또다시 이런 피해가 발생해선 안되겠다는 걸 실감했다. 피해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한 것”이라며 “인명피해만은 발생시키지 말자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