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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인터뷰] 자신이 만든 갤러리 '화안'서 개관전 갖는 최원복 서예가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서예 몰라도 감상 가능한 작품들"

인천미술협회장을 지낸 인천 중견 서예가 관호(觀湖) 최원복(74)에게 최근 경사가 생겼다. 자신이 직접 전시장을 지어 문을 열고, 또 개관기념 첫 전시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한때 가질법한 꿈을 70이 넘은 나이에 이룬 것인데, 최원복은 "뒤늦게 작지 않은 꿈을 하나 이뤘다.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이 좋고 뿌듯하다"면서 "제 작품뿐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이들과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마을로 잘 알려진 송월동(중구 자유공원서로 37번길38)에 자리 잡은 공간 이름은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뜻의 '화안(花顔)'이다. 건물은 모두 4개 층인데, 건물 1층은 사랑방 역할을 할 카페가, 2층에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가, 그리고 3~4층은 개인 작업실과 거주 공간으로 꾸며졌다.

"전시장 문을 열고 보니 전시 공간 하나 제대로 없던 인천의 옛 시절이 떠올라요.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인천에서 전시하려면 주로 다방을 빌려야 했어요. 다방에서 차도 마시고 작품도 보고 그랬죠. 그런데 다방에서 여는 전시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작품도 많이 걸기 힘들었고 그랬죠. '깔끔하고 더 넓은 곳에 작품을 걸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어요."

인천 송월동 '아름다운 얼굴' 뜻의 공간
지역 작가와 만날 수 있는 전시장 마련
"글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예술 표현"

 


많은 예술가가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꿈을 꾸지만, 각자의 여건이 달라 누구나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최 서예가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3년 전 어느 날 자신의 서예 제자가 그 꿈을 지금이라도 이뤄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장성한 두 자녀도 뒤늦게 꿈을 이루겠다는 아버지의 결심을 응원했다.

아파트를 처분하고 송월동 낡은 집을 매입했다. 설계는 꿈을 이뤄보라고 제안한 제자가 직접 했다. 건축일을 하는 제자였다. 지난해 봄부터 1년여간 공사를 진행했다. 전쟁으로 건축 자재비가 폭등하고, 금리도 오르고, 파업으로 자재 조달이 중단되고, 닭장 같은 오피스텔에 묵으면서도 새 공간을 만든다는 기쁨에 참고 견딜 수 있었다.

최 서예가는 자신이 만든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소감이 예전의 전시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감회가 남다르죠. 규모는 작지만 내가 지은 공간에서 알차게, 마음에 드는 작품만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엄선해 전시하려니 마음이 더 흡족하고 그렇습니다. 대규모 전시보다 더 짜임새 있게 꾸미려 노력했고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는 이번 개관전을 보러 와줄 관객에게 서예를 잘 몰라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부담 갖지 말고 감상해달라고 했다. 서예작품뿐 아니라 1970년대 그린 서양화 작품과 전각과 회화적인 요소를 결합한 작품도 일부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서예를 아는 이들은 더 많이 보이겠지만, 서예를 몰라도 감상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요. 제 작품은 회화적인 요소가 많아요. 선질(線質)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글자가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많이 애를 써요. 선의 역동성과 변화, 생동감 등을 봐주시면 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의 '글자'와는 다르게 그림과 같은, 예술적인 느낌을 주는 형태를 보여주려고 연구하고 그걸 표현합니다. 많이 찾아와 주세요."

관호 최원복은 창영초·송도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천 토박이다. 전후 인천미술을 견인한 황추 화백이 중·고교 시절 미술 스승이었다. 또 인천 서단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동정 박세림(1924~1975)의 제자이기도 하다. 동정 선생의 또 다른 제자인 청람 전도진과는 학교 친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