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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축소 논란’ 시네마테크, 영화의전당 메인 화면서 ‘실종’

‘시네마테크 기획전 축소’ 방침
영화의전당 내부 공지로 재확인
홈피서 숨겨진 이유는 “정비 중”

“희귀·희소 영화 보존 공적 가치
영화 보는 시야 넓힐 기회 줄어”
전당 내외부·관객 ‘비판 목소리’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이 지역 영화계와 관객 비판에도 올해 시네마테크 부산 기획전을 절반 이상 줄이는 방침(부산일보 1월 18일 자 17면 보도)을 유지하겠다고 내부에 공지했다. 해외영화제 확대가 시네마테크 활성화를 이끈다고 해명하면서 정작 홈페이지에 ‘시네마테크 소개’ 항목은 숨긴 사실도 확인됐다. 올해 말까지 경과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시네마테크 정체성과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영화의전당은 지난 25일 ‘시네마테크 기획전 축소 문제 제기에 대한 해명 자료’를 사내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해명 자료를 통해 “기획전은 시네마테크 활성화 시책 중 일부로 영화전문도서관 운영, 예술·고전·독립영화 아카이빙, 전시회 등으로 시네마테크 기능은 더욱 확대됐다”며 “기획전이 지난 10여 년간 큰 변화 없이 개최된 만큼 프로그래머 보강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해 ‘오래된 극장 2022’까지 14개였던 시네마테크 기획전을 올해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설명이다.

 

대신 해외영화제를 김진해 대표 의지에 따라 지난해 7개에서 올해 ‘5대륙 12개국 영화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영화의전당은 “부산시 최우선 당면 현안인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기여하려 한다”며 “지난해 아프리카 영화제 등은 대사관 협업을 통해 영화 판권 확보에 드는 사업비를 절감했고 무료 관람과 같은 관객 혜택은 커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5대륙 12개국 영화제 개최와 시네마테크 기획전 일부 조정으로 영화의전당과 시네마테크 정체성을 잃는다는 시각은 다소 비약적”이라며 “해외영화제는 시네마테크 활성화를 위한 방법 중 성과가 입증된 시책이며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줄 것”이라 덧붙였다.

 

시네마테크는 불어로 영화보관소를 뜻하며 영화가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인식 하에 필름과 영상 자료를 수집하고 상영하는 기관을 뜻한다.

 

해외영화제 확대가 시네마테크를 활성화한다고 주장했지만, 영화의전당은 정작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네마테크 소개’ 항목은 숨겨버렸다. 시네마테크 기획전을 떠올릴 수 있는 설명을 찾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시네마테크 소개 페이지에는 ‘1999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시네마테크 부산은 시중 극장에서 전혀 볼 수 없는 희귀한 고전 영화와 수준 높은 예술·독립 영화를 상영해왔다’는 내용이 있다. 홈페이지 첫 화면 왼쪽 ‘영화’ 분류에서 바로 연결되던 페이지는 30일 기준 ‘고객센터-사이트맵’ 접속을 거쳐야 항목을 찾을 수 있다.

 

연말까지 해외영화제 성과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역 영화계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시네마테크 기획전 축소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영화의전당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부산 영화평론가 A 씨는 “기획전이 아닌 다른 여러 사업이 시네마테크 기능을 강화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시네마테크는 상업적인 수익을 넘어 희귀하고 희소한 영화를 보존하는 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의전당 직원인 B 씨는 “해외영화제 확대 유치를 위해 시네마테크를 반쪽으로 축소한다면 시민들이 영화를 보는 시야와 지평을 넓힐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며 “후손에게 넘겨줄 영화 유산뿐 아니라 봉준호와 박찬욱 같은 감독이 나타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화의전당 회원과 관객도 시네마테크 기획전 축소 소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는 ‘엑스포 유치가 중요해도 영화의전당 정체성을 훼손시킬 필요는 없다’ ‘시네마테크를 제외하면 영화의 다양성을 원하는 관객이 발걸음을 옮길 곳은 부산에 전무하다’ ‘대한민국 영상 예술의 전락을 초래할 것’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같은 내용이 담긴 항의 글이 올라왔다.

 

영화의전당은 홈페이지에서 ‘시네마테크 소개’ 항목을 숨긴 이유를 묻자 “홈페이지를 정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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