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강릉 28.2℃
  • 구름조금서울 21.2℃
  • 구름조금인천 19.2℃
  • 맑음원주 21.7℃
  • 구름많음수원 21.1℃
  • 맑음청주 22.0℃
  • 맑음대전 23.1℃
  • 맑음포항 25.4℃
  • 맑음대구 24.4℃
  • 맑음전주 22.8℃
  • 맑음울산 25.6℃
  • 맑음창원 23.8℃
  • 맑음광주 22.9℃
  • 맑음부산 21.7℃
  • 맑음순천 23.3℃
  • 맑음홍성(예) 22.2℃
  • 맑음제주 20.1℃
  • 맑음김해시 24.2℃
  • 맑음구미 24.3℃
기상청 제공
메뉴

(제주일보) 천상의 석공이 깎은 듯…소름 끼치는 절경

(138)대포십경(大浦十景)
화산 폭발로 형성된 주상절리…대포마을 시작과 마침표 수놓아
마을 훈장 김종훈 선생 ‘대포십경’ 읊으며 아름다운 풍경 전승

 

 

▲주상절리 마을 대포동

김순이 시인은 「대포해안에서」라는 시에서 대포 바다를 ‘이곳에 신들이 찾아온다 / 찾아가 보라 그 소름 끼치는 아름다움’ 등으로 표현하며 극찬했다. 대포 바다의 절경은 지삿개주상절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지삿개의 ‘지사’는 기와(瓦)의 제주어인 ‘지새’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개’는 만입을 이루는 바다이다. 따라서 지삿개는 ‘기와처럼 해안선이 옴폭 들어간 바다’를 의미한다. 드넓은 태평양을 고즈넉이 감싸는 병풍바위들, 천상의 석공들이 내려와 정교하게 쪼개고 다듬은 것 같은 돌기둥들, 가히 신들이 찾아와 노닐만한 궁전 같다. 주상절리는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고결 수축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규칙적인 다각형 돌기둥이다.
 

 

 

주상절리 해안을 가는 길은 현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옆으로 출입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포마을로 가는 길이 유일했다. 탐방객들은 대포마을에 들어와 주민들에게 묻고 물어 좁은 마을안길과 농로를 어렵게 통과한 후 갈 수 있는 제주도의 흑진주 같은 숨겨진 비경이었다. 우마차와 경운기를 몰고 가다 비좁은 길에서 여행객의 차와 마주쳐도 대포 주민들은 길을 양보하며 반갑게 맞이하는 후한 인심을 베풀었다.

▲배튼개주상절리

주상절리는 대포해안 서쪽의 지삿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동쪽의 ‘배튼개’에도 있다. 배튼개 바로 동쪽 해안 절벽인 ‘기정’ 앞에서 주상절리들이 앙증맞게 뽐낸다. 지삿개보다 규모가 작지만, 다각형 돌기둥이 아기자기하게 솟아있어 정겹다. 좌청룡 우백호처럼 대포마을 좌우에 주상절리가 시작과 마침표로 수놓고 있어, 대포동은 가히 주상절리 마을이다.
 

 

▲대포십경(大浦十景)의 제1경 사단고송(社壇孤松)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영주십경(瀛州十景)으로 선정한 것처럼, 대포의 선조들은 대포십경(大浦十景)을 읊으며 마을 풍광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대포십경은 마을의 훈장이었던 우포(愚浦) 김종훈(1877~1949) 선생이 지어 읊은 것이 전승되고 있다.

대포의 제1경으로 삼는 것이 사단고송이다. 마을 북쪽 큰솔동산에 사시사철 푸른 기상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서 있는 곰솔의 고고한 자태를 말한다. 주민들은 신목처럼 모시는 곰솔 아래서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포제를 드렸다.

▲제2경 남산관해(南山觀海)

마을 남쪽에 동물개동산이 있는데, 이를 남산이라고도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큰솔동산이 마을의 주산(主山)이라면 동물개동산은 안산(案山)이다. 두 동산 사이에 지기(地氣)가 응집된 명당 터에 대포마을이 입지한 것이다. 남산관해는 동물개동산에서 대포 앞바다의 절경을 조망하는 것이다.

▲제3경 송전신지(松田新池)

마을 한가운데 있는 소나무밭을 개간하여 만든 연못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다. 과거엔 방화수, 우마 식수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매립되어 마을회관과 광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4경 보성낙조(堡城落照)

대포 서쪽 선돌동산(堡城)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아름다움을 일컫는 것이다. 산방산, 군산 너머로 낙조 풍경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제5경 암지명월(暗旨明月)

‘어둔모르(暗旨)’ 동산에서 동쪽으로 둥근 달이 떠오르는 월출(月出) 장관을 바라보는 것이다. 중문고등학교 아래쪽에 어두동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는데, 어둔모르는 그 서쪽 동산을 말한다.

▲제6경 동회유천(東廻流泉)

대포동 중산간 지역에 동해수(東海水: 동수물)라는 샘물이 있다. 과거엔 이를 식수원으로 한 동해진성(동해방호소)이 있었다. 동회유천은 맑고 시원한 동해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다.

▲제7경 선천관어(先川觀魚)

대포동 동쪽에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선궷내[先川]가 있다. 선천관어는 이곳에서 은어 등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을 유유자적하게 감상하는 풍류를 말한다.

▲제8경 하봉목마(下峯牧馬)

거린사슴오름은 위의 붉은오름과 아래의 알오름[下峯] 두 개로 이루어졌다. 하봉목마는 알오름 일대에 방목한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제9경 남포귀범(南浦歸帆)

남포는 대포 포구를 의미한다. 남포귀범은 고기잡이 나갔던 배들이 포구로 돌아오는 모습을 말한다. 지금도 연근해로 출어하는 어선들이 즐비하고, 항구 주변에는 횟집, 펜션, 카페 등이 불야성을 이룬다.
 

 

▲제10경 사지구허(寺旨舊墟)

선궷내 개소 동쪽 구릉지 일대에 절이 있었기에 절모르(寺旨)라 부른다. 사지구허는 절모르의 절터와 주변 풍광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다. 절모르 동쪽 기슭엔 약천사가 있다.

글=지리학박사 김오진(질토래비 학술이사)

제주일보 jjnews1945@jejusin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