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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사상 첫 빅스텝] "가계대출 어쩌나"…10개월간 이자 112만원 오른 셈

저소득층, 자영업자 대우 원리금 부담 커져
상의, 경총 모두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요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2.25%로 1.75%p 뛰었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에서 나온 정책적 대응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빚 상환 부담이 불어나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가계대출 1천753조원…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상환 부담 커져

 

초유의 빅스텝으로 상환능력이 낮다고 평가받는 다중채무자, 저소득 계층(하위 30% 이내), 저신용(7~10등급) 자영업자 등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과 대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더욱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가계대출은 1천752조7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변동금리 대출이 77.7%이다. 2014년 3월(78.6%) 이후 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만약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만큼 오른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4천46억원 늘어난다. 이번처럼 빅스텝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0.5%p 갑자기 뛰면 이자 증가액은 두 배인 6조8천9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p 올렸다. 여기다 이번 빅스텝까지 10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23조8천323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연초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p, 0.5%p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천억원, 6조4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1인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천원에서 각 305만8천원, 321만9천원으로 16만1천원, 32만2천원씩 커진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지난 10개월간 1.75%p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천원 정도다.

 

이 때문에 각 은행은 대출금리 산정에서 가산금리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수준의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 금융지원 끝나는 9월, 자영업자 '곡소리' 우려도 나와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9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만기 연장·이자 유예 등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까지 종료되면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전국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은 올 3월 말 기준 960조7천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그런데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웃도는 등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중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실물경기에 대해서도 "주요국 성장세가 약화하는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중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실물 경기 위축은 불 보듯 뻔하고, 영업 이익도 쉽게 늘지 않을 상황. 여기다 세 군데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여러 금융회사로 부실이 빠르게 전염될 수도 있다.

 

◆경제계 "기업 금융부담 급증…투자 위축, 민간 소비에 악영향"

 

대출 이자 부담은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금융 부담이 투자를 위축해 경제 '체력'을 더욱 나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임진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 명의 논평을 통해 "최근의 물가 불안과 환율 급등을 진정시키려면 0.5%p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가계·기업 부채 부실화와 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정확한 경제 상황 진단과 경제 주체의 체력을 고려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취약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문에서 "물가 상승과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급격한 인상으로 기업의 금융부담이 급증해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총은 특히 "한계상황에 처한 많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무역업계의 수입 부담이 컸다"며 "기준금리 상향 조정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으로 수출 초도자금과 운영자금 등 기업의 대출 금리가 상승해 투자 및 제품 생산에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서 정책금융 저리 대출을 통한 수출업계 지원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빅스텝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산금리도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