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거장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 내한 공연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한 관객이 공연 중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포착한 짐머만이 불편함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과의 대화 끝에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앵콜'은 없었다.
지역 공연계가 '폰딧불이(휴대폰+반딧불이)'로 수 년 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연 중 휴대폰을 사용해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가 빈번하지만 현장 통제 외엔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연 전문 포털사이트 인터파크가 지난 2016년 공연 관람객 3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1%(374명)가 관람 방해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유형으로 '공연 중 벨 소리가 울리거나 전화를 받는 행위'(30.6%)가 꼽혔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 워치 등 '공연장 빛·소음 공해'를 만드는 수단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강력한 규정이나 수단은 없다는 것이다. 현장 인력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제재하고 있지만, 대규모 공연장의 경우 제한된 인력만으로 수백 명의 관객을 통제해야 하기에 한계가 있어 관객들의 협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관람 중 피해를 주는 관객들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중국의 오페라 전용 극장 '상하이대극원'과 '국가대극원'은 2008년부터 레이저 포인터를 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 미국의 디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The Alamo Drafthouse)는 2011년부터 공연 중 휴대폰 불빛이 포착될 경우 예외 없이 퇴장시키고 있다. 일본과 호주 역시 전파 방해 시설을 설치해 휴대폰 사용을 막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파차단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한 사례가 있지만, 전파법 관계 법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철거했다.
지역의 한 공연장에서 근무했던 A씨는 "일부 극성 팬들이 촬영을 시도하려는 행위를 포착한 적도 있어 공연 중 휴대폰 사용엔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제재를 위해 이동하는 게 자칫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현장의 딜레마"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휴대폰 사용을 제재하러 가는 사이 불빛이 꺼지는 경우도 있어 통제 과정에서 난감함을 겪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가장 쉬운 해결책은 공연 시작 전 에티켓에 대해 알려주는 VCR을 상영하는 등 영화관에서 적용되는 방식을 공연장으로 확대하는 것 정도"라며 "법적 제재도 중요하지만 공연 관람 시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선행돼야 하며, 이러한 관람 문화 정착을 위한 의식 개선 활동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_taem@daejonilbo.com 이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