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광주일보) [壬寅年-호랑이 이야기] 권선징악 판별하는 영물…용맹함의 상징 ‘검은 호랑이’

위엄과 친근함 지닌 동물
단군신화·올림픽 ‘호돌이’ 등
생활·문화 속 깊이 자리잡아
명예·권세·승리 등 상징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이다. 육십갑자의 서른아홉 번째 해에 해당한다. 천간(天干)인 임(壬)은 검은색을 상징하고 지지(地支)인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따라서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십이지의 호랑이는 방위상으로는 동북 방향, 시간상 오전 3시에서 5시, 달로는 음력 1월을 지키는 신이다.

호랑이는 우는 아이를 뚝 그치게 하는 위엄과 담배 피우던 시절을 더듬는 친근함을 동시에 지닌 영물로,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는 ‘동해산수비록’에서 한반도를 가리켜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새라고 해, 호랑이는 대한민국 그 자체를 상징한다. 또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부터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줄곧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경외의 대상이었다. 예부터 호랑이는 흔히 용맹하고, 기백이 뛰어나며, 인간을 수호하고,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력 있는 영물로 인식되어 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현관이나 대문 등에 호랑이가 그려진 ‘문배도’를 붙여 잡귀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했다. 입춘날 대문 앞에 ‘범 호(虎)’ 자를 크게 써서 붙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각종 민화와 전설·구전설화에 호랑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나라와 청나라 등에서는 호랑이 이야기로 가득한 조선을 ‘호담국(虎談國)’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호랑이는 다양한 구전설화, 속담, 민화 등의 단골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우리네 생활과 문화 속 깊이 자리 잡은 동물이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야생 호랑이를 본다는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과 같이 까마득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옛 문헌에는 호랑이를 만난 기록이 적지 않다.

신라 진덕왕 때에 알천공(閼川公)이 호랑이 꼬리를 잡아 땅에 메어쳐 죽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후백제의 견훤이 어릴 때 호랑이 젖을 먹었고, 소년시절의 이성계는 호랑이 덕분에 재난을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호랑이가 총 635회 나오는데 영조 27년(1751)에는 ‘경복궁 안에까지 호랑이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많았다고 한다.

호랑이 유물로는 5~6세기에 백제에서 제작된 호자(虎子)가 전해진다. 호랑이가 입을 딸 벌리고 있는 형상인데, 남성용 소변 용기로 쓰였다. 고려 때는 석관이나 청동거울 장식에 호랑이가 묘사됐다. 조선시대는 왕릉에 석물로서 호랑이를 세우도록 했다.

호랑이와 관련된 속담, 고사성어는 오늘날에도 흔히 사용된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깊은 산에 있는 호랑이조차도 자기 이야기를 하면 찾아온다는 뜻으로 어느 곳에서나 남을 흉보거나 뒷담화를 해서는 안됨을 뜻한다. 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아무리 위급한 일을 당하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기회를 노린다는 뜻인 ‘호시탐탐’(虎視眈眈),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도 익숙하다.

이밖에도 호랑이 꿈은 길몽이다. 특히 호랑이에게 물리거나 호랑이와 싸워 이기는 꿈, 잡아 죽이는 꿈 등은 좋은 꿈으로 해석했다. 호랑이는 명예, 권세, 승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태몽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태몽 속의 호랑이는 장차 태어날 아이의 인격, 운수, 명예를 의미한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