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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시가 있는 간이역] 내 눈에 보이는 것들- 김용택

유희선(시인)

 

 

누구도 불행하게 하지 않을 마른 낙엽 같은 슬픔

 

누구를 미워한 적이 없었을 것 같은 새들의 얼굴에 고요

 

누구의 행복도 깔보지 않았을, 강물을 건너가는 한 줄기 바람

 

한 번쯤은 강물의 끝까지 따라 가봤을 저 무료한 강가의 검은 바위들

 

모은 생각들을 내다 버리고 서쪽 산에 걸린 뜬구름

 

그것들이 오늘 내 눈에 보이던 날이었다

 

 

☞ 오늘 내 눈에 보인 것은 무엇일까? 시인이라고 다 김용택 시인의 눈처럼 볼 수 없고, 섬진강을 끼고 자연의 품속에 들어가 산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질까?

 

TV 프로 ‘자연인이다’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다. 그곳에 사는 자연인은 몹시 바쁘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자연은 생명 그 자체, 살기 위해 잠시도 머물러있지 않고 치열하다. 관심이 가는 쪽으로 눈이 쏠리고, 마음 또한 그곳에 담겨 있다. 어쩌면 건강하게 잘 먹고 사는 일에 한결같은 진심은 아닐까?

 

뒤돌아보면, 내가 본 것들이 바로 삶이고 인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제와는 다른 것을 보고 싶다면, 공간 이동이 아닌 어떤 방향의 선택 같은 것일지 모른다.

마른 낙엽과 새의 표정, 한 줄기 바람과 강가의 검은 바위들 그리고 뜬구름으로 시인은 삶의 전모와 방향성을 아름답고 가슴 뭉클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희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