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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노태우 사망] “역사 묻히지 않도록 5·18 규명 서둘러야”

12·12쿠데타와 5·18 유혈진압 책임자 노태우 사망…지역민 반응
노씨 아들 대리사죄 했지만 고백·기록물 없이 숨져 안타깝고 허탈
관련자들 진상 규명 조사 협조 촉구…국가장·국립묘지 안장 반대
오월단체 “노쇠한 전두환 건강 감안 조속한 사과·진실 밝히기 시급”

전두환(90)씨와 함께 12·12쿠데타와 5·18 유혈진압의 핵심 책임자로 꼽히는 노태우(89)씨가 사망했다.

노씨가 국민들 바람과 요구에도 끝내 5·18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사망하면서 더이상 역사적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사실상 학살의 최종 책임자로 알려진 전씨의 사과·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법원도 41년을 기다려온 희생자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역사적 비극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노태우와 5·18=대한민국 13대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육군 사관학교 11기로 입관해 전두환·정호용씨 등과 함께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를 주도하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관여하면서 신군부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노씨는 12·12 이튿날 9사단장에서 수도경비사령관에 임명됐다.

국방부가 지난 2007년 펴낸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종합보고서에는 노씨가 도청 앞 집단발포가 있던 1980년 5월 21일 유혈진압에 관여한 정황이 나온다.

2군사령부가 작성한 ‘광주권 충정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과 1995년 검찰조사 때 전두환 신문조서에 따르면 5월21일 새벽 4시30분께 국방부 장관실에 주영복 국방부장관, 이희성 계엄사령관, 진종채 2군사령관, 노태우 수경사령관, 정호용 특전사령관, 차규헌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해 전두환 합수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계엄군의 광주 외곽 배치 ▲자위권 발동 ▲1개 연대의 추가 투입 ▲전투력 공백 보전책으로 2개 훈련단 훈련동원 소집 ▲폭도 소탕작전은 5월23일 이후에 의명 실시 ▲경계 강화조치 등이 논의된다.

당시 문서에는 “장관 주영복, 총장 이희성, 사령관 진종채, 수경사령관 노태우, 특전사령관 정호용, 합동 수사본부장 전두환…전 각하(전두환) : 초병에게 난동 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고 적혔다. 자위권 발동은 군인이 생명을 위협받을 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후 노씨는 전두환의 후계자로서 대통령까지 올랐다. 노씨가 대통령 퇴임 후 2년8개월 만에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고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중항쟁 진압, 대통령 비자금 등으로 1997년 4월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18일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전두환씨와 함께 석방됐다. 노씨는 생전 광주학살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지난 2011년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80년 광주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라며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한 것”이라고 주장해 지역민의 공분을 샀었다.

최근 노씨의 장남인 노재헌(54)씨가 광주를 방문해 노씨의 이름으로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지만, 회고록 수정 등 구체적인 사죄의 행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끝내 사과·반성 없이…=오월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5·18의 진실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월 단체(5·18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살아남은 자들은 진상규명 조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노씨에 대한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조오섭, 윤영덕 등 지역 국회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죽더라도 5·1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노씨는 아들을 통해 대리사죄 등 용서를 구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본인의 사죄는 물론 진상규명 관련 고백과 기록물 공개, 왜곡·조작된 회고록을 교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간에 고백이나 기록물들을 내놓지 못하고 노씨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국민을 살인한 대통령으로 내란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해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절대 허락해서는 안된다”면서 “헌정을 유린한 노씨가 죽어서도 대통령 예우를 누린다면 오월단체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또 부쩍 노쇠해진 전두환씨의 건강 상태를 감안, 조속한 사과와 반성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기우식 참여자치 사무처장은 “노태우씨는 본인이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사 앞에 죄를 지었다”면서 “책임이 더 큰 전씨는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고, 전씨에 대한 재판도 신속히 끝내 진실을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와 전씨 등 35명을 ‘5·18 가해 책임자’로 직접조사를 추진했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핵심 조사 대상자가 사라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사위는 “향후 5·18 진상규명 관련 핵심인물 35명과 관련자에 대해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지속적이고 엄정하게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