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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단독] ‘부사관 사건’ 부산 공직사회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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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구청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하고,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는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부산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사건 대응체계에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A구청은 지난해 7월 17일 직원 B 씨로부터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했다. A구청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가해자 2명은 성희롱,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내렸다. 성희롱 가해자 2명에 대한 징계는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1명에 대한 징계는 올해 1월 내려졌다.

 

성희롱 피해 직원 진정 접수 구청

신상 노출하고 가해자 분리 안 해

‘2차 가해’ 이어 전보마저 불발

피해자, 靑 청원 통해 회유 폭로

시 “해당 구청장 소관” 대응 한계

 


 

그런데 어이없게도 A구청은 진정서를 업무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B 씨의 신상을 노출하고 말았다. 피해자 이름과 진정서 제목이 업무 시스템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해당 지자체의 ‘직원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에 따르면 ‘고충상담원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등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A구청의 졸속 처분은 피해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지적한 뒤에야 바로잡혔다. A구청 감사실 관계자는 “이름은 실명을 적고, 진정서 내용은 열람할 수 없게 등록했는데 생각지 못한 데서 진정서 제목과 피해자 이름이 드러났던 것 같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A구청의 잘못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파악을 하는 중에도 피해자가 휴직 중이라는 핑계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직제상 분리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청와대에 올린 청원에 따르면 구청 감사실에 피해사실을 처음 알렸을 때 정식 접수가 되지 않았고 "좋은 게 좋은 것" “너를 예쁘게 본 것” 등의 회유적인 말만 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구청은 피해자가 병가와 휴직계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는 상태라 마주칠 일이 없고,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제상 처분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때부터 자신을 다른 구청으로 보내 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 가해자에 대한 직제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도 해명했다.

 

피해자는 일상 회복을 위해 부산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직제상 분리나 피해자 본인의 전보 조치는 해당 구청장의 권한이라 부산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초지자체 내의 성폭력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준다. 부산시 고혜경 부산시 성희롱성폭력근절단장은 “구청에 나가서 상담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들을 지적하고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해 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손혜림·박혜랑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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