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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산 속 휘젓는 산악바이크… 광교산 곳곳 할퀴다

동호회, 영역표시 경쟁하며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훼손
등산객 안전까지 위협 불구 수원시 마땅한 대책 못내놔

 

"번호판이 없으니 신고도 어렵고…오토바이크 단속은 하는 건가요?"

지난 주말 수원 광교산 버스 정류장 종점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광교산을 휘젓고 다니는 동력이륜차(오토바이크)를 두고 한 목소리로 날을 세웠다. 주말마다 광교산을 찾는다는 권모(60)씨는 "바이크 동호회가 산을 휩쓸고 간 자리 마다 산길이 깊게 패어있다"며 "산림 훼손이 이렇게 심각한데 아무도 단속을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날이 풀리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산을 찾아 힐링하려는 등산객까지 늘어났는데 오토바이크들이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 안전도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오토바이크가 등산로 옆을 지날 때면 자칫 등산객과 충돌할 위험이 도사린다는 것이다. 
 
광교산 인근 주민 이모씨는 "산림레포츠길 등 동호회 회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오토바이크와 등산객을 완전히 분리하면 좋겠다"면서 "등산객들이 미어터지는데 오토바이크까지 한데 섞여 움직일 때마다 정말 아찔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통상 이들 오토바이크 동호회들은 광교 문암골 버스정류장·의왕 지지대 고개 등에서 입산해 하광교소담지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구나 오토바이크 동호회는 서로 경쟁이 붙은 듯 앞다퉈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동호회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마다 형형색색 리본을 나무에 매다는 방식으로 광교산 곳곳에 '영역표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8일에도 오토바이크 동호회 3명 무리가 광교산 일대에서 곡예 주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장을 찾아보니, 오토바이크 바퀴 자국이 선명한 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토바이크 바퀴에 짓눌린 땅에는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했고 깊게 팬 땅 옆에만 수목이 기형적으로 자라기도 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토바이크 입산 자제를 요청하는 민원(2018년 12월 31일 7면 보도)이 수년째 쏟아졌지만 수원시는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만 보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산림청이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을 개정, 오토바이크 등의 숲길 입차를 제한하기로 했지만 법 적용 6개월이 지나도록 진입 제한 구역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의왕 등 다른 지자체와 진입 제한 구역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현장 조사와 오토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의 의견 등까지 고려해야 해서 진입 제한 구역 확정·고시 시점을 아직 알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