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 부산·울산(PK) 지역을 대표하는 대권 잠룡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양산을) 의원과 무소속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당선인의 대조적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여권내 PK 맹주를 자처하는 김두관 의원은 4·15 총선 당선 이후 각종 현안에 대해 지속적이고 강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2일에는 PK 여권 당선인 6명을 대동하고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신공항 문제 조속해결을 촉구한다.
반면 3선 반열에 오른 김 당선인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역인 통합당 강석진 의원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공개행보를 하는 자체가 ‘입살’에 오를 가능성이 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래통합당 복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만큼 최대한 자세를 낮추는 것이란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김두관, 12일 총리면담 등 활발 행보= 김 의원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요청할 방침이다. 사실상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반대 의견 전달이다.
면담에는 PK 민주당 당선인 6명(민홍철·김정호·최인호·박재호·전재수·이상헌)도 함께한다. 김 의원은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24시간 가동이 어렵고 소음 해소도 안 된다.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설치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정 총리에게 전할 것”이라며 “총리실이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총리실은 지난해 12월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뒤 기존 정부 방침이던 김해공항 확장안을 6개월째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5일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6일 “20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에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반드시 통과시키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21대 국회 당선자들부터 등원 전 1주택만 빼고 나머지 주택은 자발적으로 매도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며 “차관급 이상 정부 관료도 동참할 것을 권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등 지속적으로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4·15총선에서 영남권 맹주로 분류했던 부산 김영춘·대구 김부겸 의원이 낙선하면서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도 “대권 시동을 건 것으로 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는 당권 도전이 점쳐졌으나 최근 “좋은 분이 있으면 좀 선택해서 도와주려 한다”며 사실상 전대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태호 당선인 ‘정중동’= 김태호 당선인은 총선 당선 직후 페이스북에 “이른 시일내 당으로 돌아가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고,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겠다”는 말을 남긴 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천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수도권 차출’과 ‘고향 선거구 불가’를 거론할 때도 공개적인 다툼은 자제하면서도 시종일관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밀양에서 양산으로, 이어 대구로 옮겨가며 당 지도부를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것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김 당선인의 정중동 행보는 무엇보다 통합당 복당문제와 연계돼 있다. 당 비상대책위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고 분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연일 당 지도부와 설전을 벌이는 홍준표 전 대표와 차별성이 오히려 플러스 효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21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나름대로의 ‘색깔’을 낼 것이란 평가다.
복당 문제도 조만간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다. 주호영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는 최근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실패한 게 같은 테두리 안에 있는 동지이면서도 계파로 나뉘어 동지 의식이 없었다. 크게 대동단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절차대로 하면서 원칙적으로는 빠른 복당이 맞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순차’냐 ‘일괄’이냐, 그렇다면 때는 언제냐 정도의 논란이 있다”고 시기는 다소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 당선인 등의 복당은 시·도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와 당 최고위원회를 거쳐 의결된다. 현재 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김 당선인과 맞붙어 낙선한 강석진 의원이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