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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과거부터 현대까지, 시대 속 '괴물'들을 소환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스페이스 하이브
6월 7일까지 기획전 '괴물 소환'

영화 '괴물' 속 등장하는 괴물은 화학폐기물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존재다. 환경을 해치는 온갖 화학약품과 실험이 생겨나는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돌연변이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법했기에 관람객들에게 더욱 공포로 다가왔다.

 

이처럼 괴물은 시대의 불안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상 속에서, 혹은 현실에서 시대가 만들어내고 인간이 불러낸 괴물은 신성과 괴성, 경외와 공포 사이에서 항상 존재해왔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모든 '괴물'을 소환하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전시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스페이스 하이브'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전반부에는 고려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괴물 관련 유물 35점이 소개된다. 회화,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시각 자료 속 괴물 형상의 의미와 상징을 풀어낸다. '삼국사기', '열하일기' 등 고전 문헌에 기록된 괴물의 모습을 통해 선조들의 인식과 상상력 속 괴물을 다층적으로 조망해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법고대(法鼓臺)', '게발도(揭鉢圖)', '기린도(麒麟圖)'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희귀 유물들이 공개된다. 이 유물들은 예술적·역사적 가치는 물론, 신성(神性)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당시의 괴물 인식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근현대 작가 18명의 작품 40점을 통해 괴물의 개념을 현대인의 내면, 기술, 생태, 사회 시스템 등 동시대적 맥락으로 확장해 탐구한다.

 

박생광, 최우람, 김기라 등 작가들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과 같은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도로시아 태닝 상(Dorothea Tanning Award)'을 수상한 이피 작가의 '미래 생물' 시리즈도 전시된다.

 

'SF 괴수 괴인 도해백과' 속 일러스트를 그린 백재중 작가는 사천왕 등을 소재로 한 드로잉을 소개하며, 소현우 작가는 인간과 인간성이 사라진 시대, 괴물처럼 변한 동물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정지숙 작가는 넝쿨 식물을 키우며 체감한 괴물 같은 생명력을 '다리 생명체' 작품을 통해 얘기한다.

 

3전시실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양쿠라 작가의 '잊힌 통신사' 작품은 거대한 괴물의 껍데기를 연상하게 하는데, 이는 작가가 대마도에서 수집한 비닐,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로 만든 것이다.

 

그는 "대마도는 조선통신사가 지나던 길이자, 한국 쓰레기들이 많이 흘러가는 곳"이라며 "그 해양쓰레기들이 하나의 캐릭터가 돼 다시 돌아오는 것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겉모습은 무서운 괴물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의 흔적이 담긴 것들로 구성된 역설적 의미도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시장은 사운드 디렉터 준곽의 사운드스케이프 효과가 더해져,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호흡하는 공간으로 변모해 관람객에게 다감각적인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준곽 디렉터는 '삼성X톰브라운 갤럭시 Z폴드2' 오피셜 필름과 '발렌시아가 FW 캠페인' 사운드 디자인을 비롯해 '보그코리아X정국(BTS)' 뮤직 에디터 등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시작과 끝이 있는 음악이기보다, 자연 속의 소리들을 참고해 일정한 주기를 생각한 뒤 일부를 컷팅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며 "관람객들이 좀 더 공간에 몰입할 수 있고, 작품이 살아 있는 느낌을 더하는 데 음악이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앞에서 마주하는 영상도 놓치지 말고 감상해야 한다. 방정호 작가의 '선택적 진화' 작품은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 공장을 재현한 듯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반복되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3D프린터로 만든 것 같은 장기들을 조립해 인간을 탄생시키는 다소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해 그려내는 과거의 괴물보다, 실제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이 시대의 괴물이 더 무섭게 다가오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전시와 연계한 상시 프로그램 '소환의 방'은 5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작품을 모두 감상한 뒤 클레이로 '나만의 괴물'을 만들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3천원(클레이 재료 제공)이다.

 

전시는 6월 7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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