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의 단일화 요구안을 사실상 거부하며 국민의힘 내홍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당 지도부, 김 후보, 한 후보가 충돌하면서 당이 분열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를 향해 "이 시간 이후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말해 당이 제안한 TV 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거부했다.
김 후보는 이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한 예비후보를 향해 "단일화가 돼서 본인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면 입당하겠다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입당도, 후보 등록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체가 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의 조속한 단일화 요구에 대해선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려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며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후보 단일화인가, 후보 교체인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선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은 결국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김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의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소집에 맞서 대선 후보 지위를 확인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가 당의 단일화 요구안을 거부하자, 김 후보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그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 아침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우리 당의 중견 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 정말 한심한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덕수 후보를 누가 끌어냈냐, 당원과 국민들이 끌어낸 거다. 지지율이 안 나오면 어떻게 끌어내겠는가"라며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한덕수 후보의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덕수 후보가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후보가 주장하는 등록 후 단일화, 즉 12일 이후 단일화는 우선 한덕수 후보가 11일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는다면 등록을 안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이뤄질 수 없는 허구의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실상 할 수 없는 것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김 후보가 그런 부분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내에서도 아주 극히 일부 의원이, 이 내용을 잘 알 만한 분이 그런 내용을 주장하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담판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국회 사랑채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담을 1시간 동안 진행했으나, '단일화 시기' 등을 두고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한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11일) 전에 단일화를 완료하자고 거듭 촉구한 반면 김 후보는 '왜 무소속 후보가 당 선출 후보를 압박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