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후보 간 정치 이념 대립과 네거티브 공세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지역 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정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탄핵 정국 속 선거가 마지막까지 진영 대결에 매몰되고 있다. 실제로 유권자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교육감 재선거 특성상 양 진영의 조직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3일 보수 단일화가 결렬된 두 후보는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정승윤 후보는 25일 SNS 계정에 ‘좌파 교육 블랙리스트 실무자’ ‘위장 보수’ 등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최윤홍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 글을 잇달아 올렸다. 정 후보는 “종북 좌파 이념 교육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실시한 단일화에 최윤홍 후보는 승복하라”고 강조했다.
최윤홍 후보도 이날 즉각 반격에 나섰다. 최 후보는 “정승윤 후보는 적반하장식 행태를 당장 멈추라”면서 “정 후보는 스승의날 학부모들이 선생님에게 디올백을 선물해도 괜찮은지 답하라”고 쏘아붙였다. 정 후보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재임 시절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김석준 후보는 정승윤 후보를 겨낭해 공세를 벌이고, 정 후보도 맞받고 있다.
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심화된 ‘색깔 논리’와 ‘네거티브’가 모든 이슈를 덮어버렸다. 그 사이 정작 교육 정책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세 후보 모두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상대 공약을 검증하거나 대안을 제시한 모습은 선거 내내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세 후보의 선거 공약서를 살펴보면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예를 들어 ‘AI(인공지능) 활용’은 모든 후보 공약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AI 윤리 교육’ ‘로보틱스 체험’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 등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운영 예산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대략적인 예산 책정조차 안 돼 있으니 확보 방안도 ‘자체 예산’ ‘국비’가 전부다. 우선순위도 대부분 ‘최우선’만 반복하는 식이다.
교육계에서는 상당수 공약이 기존 사업을 재포장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후보의 ‘특수학급 신설’, 정 후보의 ‘늘봄 교육 확대’, 최 후보의 ‘다문화교육 강화’ 등은 모두 부산시교육청이 이미 추진 중인 정책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 재선거라 1년 남짓 임기 동안 실현 가능한 공약 제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탄핵 정국이 내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교육감 선거는 끝까지 진영 대결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를 넘겨 결론을 내릴 경우, 탄핵 선고는 선거일인 다음 달 2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평일에 실시되는 교육감 재선거의 투표율이 낮아 진영 조직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정치권의 예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을 둘러싼 대립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감 재선거가 치러지면, 정책보다 진영 싸움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