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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아이도 안 낳고 의사도 없고… 분만 손놓는 산부인과

기장 병원 내달 9일 분만 중단
출산 앞둔 임신부들 불편 가중
출생률 급감·의료진 확보 난항
부산서도 필수의료 공백 현실화
일부 병원 경영난에 매각 검토

부산 기장군에서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만 병원인 정관일신기독병원이 다음 달 9일부터 분만 진료 중단을 결정해 우려했던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이 됐다.

정관일신기독병원은 지난 18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분만 진료 중단과 산후조리원 이용 종료를 알리고, 다른 의료기관 이동에 필요한 서류 발급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안내했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분만과 관련된 진료와 검사는 일체 중단하고 일부 부인과 진료만 남겨놓기로 한 것이다.

병원 측은 “심각한 저출생 현상과 24시간 응급 진료가 필수인 산부인과 의료진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분만 진료를 중단하게 됐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서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병원의 일방적인 진료 중단 통보를 받은 임산부들은 당장 진료와 분만을 이어갈 병원을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출산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임신부와 가족에게 때 아닌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 병원에서 수시로 태아의 건강을 확인하고 분만을 준비하던 임신 35주차 A 씨는 “이틀 전 병원 산후조리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분만도 안 되고 산후조리원 이용도 불가능하게 됐다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출산 예정일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환자 입장은 아랑곳 않고 이렇게 무책임한 결정을 할 수가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분만 진료가 중단된다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곳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은 전원에 필요한 서류를 떼서 집에서 30분 이상 거리에 있는 금정구나 해운대구의 산부인과병원으로 옮겨야 할 판이다. 특히 출산을 앞둔 환자들은 이동에 제한이 많아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 병원들도 산부인과 전문의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부산 동래구 한 종합병원은 지난해 초 난감한 지경에 처했다. 종합병원을 유지하려면 산부인과, 치과, 정신과 등 필수 진료과 의료진을 확보해야 하는데, 기존 산부인과 전문의가 나간 뒤 두 달간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겨우 부인과 진료만 담당하는 의사를 확보한 채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산부인과 병원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와중에 산부인과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동안 경영이 상대적으로 나았던 도심권 병원들조차도 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기장군 정관신도시는 한때 젊은 층 인구가 몰려 출생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한 지역이다. 이런 지역마저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고 필수의료 시설이 붕괴되면서 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는 도시가 돼 충격을 준다.

부산의 한 산부인과 원장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필수의료의 공백은 의대 정원만을 늘린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분만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생기면 병원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다”며 “의사에 대한 민사, 형사 처벌이 지금처럼 계속 되면 전공의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의료수가와 근무여건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