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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충장로 상가 불이 꺼진다

광주 구도심 핵심 상권의 몰락
옛 가든백화점 ‘와이즈파크’ 폐업
공실률, 상무·첨단지구의 4~5배
문화전당 연계 활성화 방안 시급

충장로 상권이 몰락하고 있다. 광주 구도심의 핵심 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외곽 택지 개발, 전남도청 등 공공기관 이전 등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구심력을 유지했던 충장로가 2020년대 들어서면서 MZ 세대 등 젊은층의 취향·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데다 높은 임대료·개성 없는 상점 분포·이벤트 실종 등 다양한 원인으로 회복 불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유럽·미국·일본 도시의 사례를 참조해 구도심의 역사성, 정체성을 부각시키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천 등 주변 자원과 도보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공기관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비어 있는 토지 및 건물 소유주들에게 상가 분양을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의 신설, 무분별한 차량 진입 억제, 주요 구간 아케이드 및 주차장을 비롯한 편의시설 추가 설치 등의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오, 광주시 동구 충장로 74번지. ‘와이즈파크’라는 상호를 달고 유명 SPA 브랜드와 화장품, 카페 등이 입점해있던 지하3층·지상9층, 연면적 1만7239㎡ 규모의 쇼핑몰이 운영되던 이 건물은 ‘영업종료’, ‘출입금지’ 팻말 만이 내걸린 채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인근 옷가게 상인 김희영(여·45)씨는 “한 달여 전 쇼핑몰 운영이 끝나면서 입점해있던 점포들이 다른 건물로 이전하거나 아예 충장로에서 자취를 감췄다”며 “와이즈파크는 과거 가든백화점 자리로, 제일극장(현 롯데시네마)과 함께 충장로 3가를 대표하는 상가였는데 결국 영업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충장로를 대표하는 점포의 폐점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포 중화요리전문점 ‘왕자관’, 추억의 돈까스 전문점 ‘유생촌’, 라이브카페 ‘팝스토리’ 등 충장로의 상징과 같은 점포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폐업했는데, 문을 닫는 사례가 또 나온 것이다.

14일 지역 상가들에 따르면 광주시 동구 충장로 74번지는 과거 충장로3가를 대표하는 건물이자 광주시민의 추억이 깃든 ‘가든백화점’ 터다. 지난 1986년 문을 연 가든백화점은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 1998년 의류전문쇼핑몰 ‘이프유’로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하다, 지난 2013년 와이즈파크 충장점으로 바뀌어 운영돼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와이즈파크 전체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실 상태를 보이면서, 매출이 급감하게 됐고 결국 3년 여 전 지역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됐다. 새로운 건물주는 기존 입점 점포들의 계약 기간인 지난달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주변 상권에서는 와이즈파크 운영 종료는 특별할 게 없는, 전형적인 충장로 상권 붕괴의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이날 와이즈파크 정·후문으로 이어지는 충장로와 충장로 안길 각각 160m 길이 상권을 둘러본 결과, 비교적 수요가 있는 1층 점포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67개 중 22개가 공실 상태였다. 결국 두 집 건너 한 집이 문을 닫은 셈이다.

충장로 상권 쇠락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뷰어에 따르면 금남로·충장로 상권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5.1%로, 광주 전체 공실률인 6.3%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첨단1지구(3.1%), 상무지구(3.4%), 수완지구(4.2%) 등과 비교하면 4~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5.4%로 광주 평균(9.4%)보다 6%포인트 높았다.

광주 상권이 상무지구와 수완지구, 최근엔 첨단지구 등으로 옮겨가면서 충장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최근 광주시가 추진 중인 ‘복합쇼핑몰’ 사업이 가시화 되면서 충장로 상권 붕괴는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정일성 충장로 1·2·3가 상인회장은 “충장로 상인들도 광주신세계 확장, 더 현대, 스타필드를 반대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유통 공룡의 등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충장로라는 건 불 보듯 뻔한 만큼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들의 기여금 등을 충장로 등 상권에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