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으로) 어린 시절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아흔이 넘은 지금도 병상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2시께 인천 중구 월미도에서 만난 한인덕(78)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은 "귀향할 수 있다는 염원이 어리석은 미련으로 남지 않게 기대를 접지 않겠다. 원주민들은 전쟁의 상흔으로 초토화된 월미도로 다시 돌아가 토담집을 짓고 살았을 정도로 그곳에 대한 애착이 컸다"고 말했다.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획·준비한 '기록으로 보는 월미도 귀향이야기' 전시회가 이날 월미도 복합문화공간 '꿈 베이커리'에서 개막했다. 전시회는 이달 27일까지 진행된다.
6·25때 미군 폭격 알리고자 기획
진실규명·위령비 건립 등 한눈에
"희생자 유족 대책 늦춰선 안돼"
대책위는 올해로 73년이 된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을 기록화하고 인천시민 등에게 널리 알리고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전시회는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 배경부터 진실화해위원회 진실 규명, 희생자 위령비 건립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됐다.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은 1950년 9월10일 미군이 인천상륙작전 닷새 전 작전상 전략지대였던 월미도를 폭격하면서 민간인 100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생존한 주민들은 고향 월미도를 떠나 인접 지역에서 살거나 흩어져야 했다. 피해를 입은 주민과 희생자 가족은 다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귀향 등 보상안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마땅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는 내달 대규모 행사로 추진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앞둔 상황에서, 과거 역사를 되짚고 피해 주민의 활동을 부각한다는 의의가 있다. 인천시는 내달 중순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참전국 주요 인사 등을 초청해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행사를 연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더 이상 대책이 늦춰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희생자 유족 우순길(65)씨는 "폭격에서 살아남은 아버지, 어머니와 이웃들은 매일 정부를 찾아가 항의하고 대책을 촉구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된 게 없다"며 "사라진 동네, 집터를 찾아 그리워했던 원주민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누구 하나 당시 사건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우씨는 미군 폭격 사건으로 할아버지와 7살이었던 누나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