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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소설 속 강원도] 본심 발견하고 깨달음 얻는 곳, ‘선림원지’를 찾아서

(37) 김주영의 ‘새를 찾아서’
양양 오색·낙산·설악산 등 등장
미지의 장소 소설적 장치 역할

 

 

대하소설 ‘객주(客主)’로 널리 알려진 작가 김주영의 작품 중에도 강원도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1987년 나남출판이 펴낸 소설집(새를 찾아서)에 담긴 단편 ‘새를 찾아서’다.

 

양양 선림원지를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여정을 좇는 이 작품은 김주영 소설 특유의 ‘떠돌이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냈다는 평가(‘金周榮論(김주영론)’·문학평론가 김화영)를 받고 있다.

 

소설 속 ‘선림원지’는 태백 출신 소설가 주영선의 단편 ‘귀꽃’에서도 무재가 은오의 제안으로 떠나게 되는 공간으로, ‘새를 찾아서’에서는 실재(實在)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장소라는 소설적 장치로 역할을 한다.

 

소설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이런 시작이 좋다. 별다른 설명 없이 어떤 상황이나 감정의 일단을 형용의 표현으로 단정하며 시작하는 도입부 말이다. “없었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그래서 더 흥미를 갖게 한다.

 

맞다. 화자인 ‘나’가 약속장소에 나갔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림원지 답사여행을 함께하기로 한 일행들은 지각한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버스를 타고 떠나버렸다. 선착순이었으니 인원을 채우고 제 시간에 떠난 이들을 탓할 것도 아니었지만 모멸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택시를 잡아 타고 고단의 여정을 시작한다. 서울에서 출발한 택시는 버스의 흔적을 찾아 내달린다.

 

그러는 사이 선림원지가 있는 양양 초입까지 다다른다. 한계령을 넘고, 오색을 지나 양양군청에 도착한 ‘나’는 오색에서 내리지 않은 것이 실수라는 것을 깨닫는다. 양양읍내보다는 오색이 선림원지와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 사이 ‘나’는 어린 시절 누나와 어설프게 새잡 후리기에 나선 일들을 회상한다. 덴찌(손전등)가 없어 항상 새 잡기에 실패했던 누나와 ‘나’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초가집이 실은 새집이었다는 놀라운 발견하고 방 안에 새 한 마리를 가두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잡지 못한다. 일행이 분명 오색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나’는 또다시 허탕을 친다.

 

주차장 매표소에서 만난 이들과 여관촌이 있는 낙산과 설악산 주차장까지 살피지만 역시 실패. 새벽녘, 하릴없이 오색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나’는 오전 9시 첫 택시를 타고 선림원지로 향한다. 인적마저 드문 선림원지 부도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나’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솔방울로 변신하는 것을 목격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선림원지로 가는 초입길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일행과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소나무의 솔방울을 헤아려 보라고 말한다.

 

‘선문답’ 같은 나의 말에 일행은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심우도의 그것처럼 ‘나’는 일행을 찾아 헤 맨, 어쩌면 어린 시절 새를 찾아 나선 것과 같은 여정 속에서 본심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렀을까. 양평과 홍천, 인제를 거치고 한계령을 넘어서 양양 그리고 선림원지에 이르는 노정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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