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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창원 시내버스 노선 개편 이후 합포구청→내서읍 첫차 타보니

농산물도매시장 가는 노선 바뀐 후
시간 늦어져 경매 참여 거의 못해
버스 내리자마자 헐떡이며 뛰어가

경비·청소 등 새벽 출근하는 서민들
노선 축소·변경에 환승·지연 불만
“하루 벌어 사는데 그만둬야 할 지경”

“버스 첫차는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 서민들이 주로 타요. 하지만, 버스 개편 이후 생계마저 어려울 정도로 더 힘들어졌습니다.”

19일 오전 5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정현자(77)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마산에서 작은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정씨는 매일 새벽 첫차를 타고 내서읍에 있는 농산물 도매시장에 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창원 시내버스 개편 이후 그는 새벽 5시 30분부터 열리는 경매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개편 전에는 252번 버스를 타고 매일 새벽 도매시장에 갔다. 그때는 5시 45분께 도착해 늦더라도 경매에 참여했다”면서 “이제는 258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도착하면 6시가 넘어 경매가 많이 끝나 제대로 채소를 받아 올 수 없는 지경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취재진은 정씨와 함께 마산합포구청 정류장에서 258번 첫차 버스를 타고 내서읍 죽암에서 내려 도매시장까지 같이 이동했다. 오전 5시 18분께 탄 버스는 죽암 정류장에 오전 5시 55분께 도착했다. 정씨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에 가는 시민들은 경매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파른 계단을 바삐 내려갔다. 정씨는 숨을 헐떡이며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편이다. 보통 6시가 훨씬 넘어 도착한다”라며 “시민 편의를 위한다고 버스 개편을 했는데 편의는 둘째 치고 밥 벌어 먹고살기도 힘들게 됐다”고 했다. 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씨와 같이 기존 252번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개편 이후 경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를 탄 뒤 내서읍 중리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타고 온다고 했다.

버스에서 만난 한 시민은 “개편 이후 사라진 252번 버스를 타고 내서읍에 있는 요양병원에 출근했는데 이제는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많지 않은 월급에 택시를 타고 다닐 수도 없어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개편 이후 첫차 때문에 속앓이하는 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산합포구 부림시장에서 첫차를 타 성산구 한 공공기관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김모(70)씨는 “예전에는 101번을 타고 출근했는데 이제는 바로 가는 차가 없어져 5000번이나 27번을 타고 경남은행 본점에서 내려 환승해야 한다. 도착하면 6시 30분 정도 된다”라며 “아침 첫차를 타는 사람들은 경비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다. 새벽잠을 설치며 6시까지 일터로 나가야지만 하루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인데, 버스 개편 때문에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이어 그는 “규정대로라면 지각인데 직장에서 지금까지는 이해를 해주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지금은 날씨가 괜찮지만 겨울에 추우면 나이 많은 노인들은 어떻게 밖에서 기다리며 환승까지 해 일터로 가란 말이냐. 새벽에 일을 시작해야 하는 서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첫차 시간을 제대로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 10일부터 대중교통의 안전성과 정시성, 신속성 향상을 위해 현재 운행 중인 시내(마을)버스 150개 노선 726대를 별도의 증차 없이 137개 노선으로 개편했다. 개편안은 △외곽 지역 급행버스 신설 △주요 간·지선 노선 효율화 △원이대로 BRT 구간 연계 강화 △무료 환승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시는 이번 개편을 통해 외곽에서 도심까지 40분 내 이동이 가능해 시민들의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부 구간이 폐지되고, 노선이 합쳐져 시민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노선은 9월 1차 노선을 수정·보완하고, 12월 BRT 준공 시점에 맞춰 2차로 수정·보완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