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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단독] 5·18 계엄군, 잔혹한 성폭행 51건 있었다

정부 차원 조사 첫 공식화…여고생·여대생 상대에 집단 성폭행까지
5·18조사위, 24건 조사 완료·20건 피해자 조사 거부·7건 조사 불가
피해자들 일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극단 선택으로 생 마감하기도
27일 도청 유혈진압 뒤 미니버스에 태워 간 미성년자 3명 행적 조사

 

5·18민주화운동 당시 여성들이 계엄군에게 잔혹하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 처음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5·18 당시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정부 차원의 조사로 공식화 된 적은 없었다.

계엄군은 여대생과 여고생들을 상대로 성폭행은 물론 집단으로 성폭행한 것 드러났다. 피해자 중 한명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고, 일부는 송두리째 뺏긴 일생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 조사위)는 이와는 별개로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시민군을 유혈진압한 뒤 미니버스에 태워 간 미성년자를 총 3명으로 보고 행적 확인에 나섰다.

5·18조사위는 계엄군 성폭력 사건 총 51건을 조사대상(직권조사 43건, 신청사건 8건)으로 해 현재 2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20건은 피해 당사자가 조사를 거부했고, 7건은 당사자나 가족이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조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대상 51건은 지난 2018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조사한 17건과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서 뽑은 26건을 합한 것으로 직권 조사대상으로 했다. 나머지 8건은 5·18조사위가 피해자로부터 신청을 받은 건이다.

현재까지 조사결과 24건 중 집단 성폭행은 최소 2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고, 피해 이후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은 경우도 7건에 달했다. 특히 이들 중 2~4명은 여고생으로 확인됐다.

5·18조사위는 일부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가해자인 부대를 특정해 교차 검증작업도 진행했다. 조사결과 계엄군의 성폭행은 잔혹함 그 자체였다.

여고생이었던 A양는 1980년 5월 19일 다른 여성 2~3명과 함께 계엄군에 의해 강제로 차량에 태워져 광주시 백운동 인근으로 추정되는 야산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여고 3학년이었던 B양도 5월 19일 시내에서 계엄군에게 붙잡혀 트럭에 실려 숲속으로 끌려갔다. 계엄군들은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B양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후 외곽 길거리에 버렸다. 이후 B양은 광주의 한 대학에 입학했지만, 점차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1985년 7월 정신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1년 뒤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수십 년째 정신병동에서 살고 있는 피해여성도 확인됐다. C씨는 1980년 5월 20일 새벽 언니 집에서 잠을 자고 귀가하던 중 무장한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C씨는 이후 정신이상 증상을 보여 1982년 7월 국립나주정신병원 입원을 시작으로, 1986년 대구 시립희망원 등 정신병원을 전전했다. 1988년 4월 다시 국립나주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지금까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실명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5·18조사위는 이와는 별개로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시민군을 유혈진압한 뒤 미니버스에 태워 간 미성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5·18당시 프랑스 사진기자 2명의 사진을 토대로 계엄군에 잡혀간 미성년자를 총 3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당시 11살이었던 조모씨에 대한 조사는 완료됐다. 조씨는 도청에서 일하던 어머니를 찾아 집을 나섰다가 27일 새벽 계엄군에 의해 광주 송정리 군부대로 끌려갔다.

조씨는 1주일간 군 막사에서 지내다 도망쳐 서울로 갔다. 이후 서울과 부산의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 8년 뒤 아버지가 자신을 행방불명자 신고하면서 신원이 확인됐지만 부친의 사망으로 지금껏 고아로 생활하고 있다.

5·18진상조사위는 빨간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당시 5살의 아이를 이모씨로 추정하고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이모씨는 외신 기자 ‘노먼 소프’가 촬영한 사진에도 찍혔다.

최근 프랑스 사진작가의 사진을 통해 확인된 당시 12살의 여자 어린이에 대한 추적은 진행중이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이 여자아이는 ‘5·18 수습대책위원회’수습위원으로 활동한 이종기 변호사의 목을 두 팔로 끌어 안고 있는 모습이 촬영됐다.

5·18조사위도 사진을 확보해 계엄군의 연행구금자 명단과 비교한 결과 이 여성을 특정하고 행적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여성에 대한 주민등록 조회와 통신조회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가족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선태 5·18조사위 위원장은 “여성 성폭행 사건의 경우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 중심주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당시 광주·전남의 정신병원·집단수용시설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동시에 진행해 행방불명된 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찾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