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봤을 때는 남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당해보니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네요.”
창원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20대 김경진(가명)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빚쟁이가 됐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 초년생인 김씨가 A씨 소유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평화동 한 빌라에 입주한 건 지난 2021년 2월이다. 42㎡(약 13평) 크기 원룸에 대해 보증금 8000만원으로 2년 전세계약을 했다. 보증금 중 7000만원은 은행의 청년 전세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이후 전셋집에서 지내던 김씨는 지난해 4월 빌라 건물(총 12세대)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당 건물에 8억 5000만원 정도 근저당이 잡혀 있었던 것이었다. 건물 소유는 A씨였지만, 실제 건물과 보증금을 관리하고 계약을 주도했던 것은 남편인 B씨였고,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것은 B씨의 채무 때문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우선변제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해당 빌라의 전세보증금 최우선 변제 대상은 ‘4500만원 이하’여서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B씨는 그동안 “곧 해결할 수 있다. 상황이 괜찮아지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세입자들을 설득했지만, 그 와중에도 건물 수도세와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납부 독촉 통지서가 빌라로 날아오기도 했다. 결국은 피해자들이 모여 빌라의 각종 세금을 대신 납부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현재는 빌라 소유주 A씨와 B씨 모두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김씨는 “공인중개사와 빌라 주인이 ‘근저당이 낮게 잡혀 있어 문제 될 게 전혀 없다. 2년 살다가 전세보증금 받아서 가면 된다’는 말을 믿었고, 건물도 신축이라 의심하지 않고 계약했다”며 “고향인 대전에서 직장 때문에 창원으로 왔는데 보증금을 못 받게 돼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 결혼 비용이기도 한 보증금을 날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매일 잠도 안 오고 일도 손에 안 잡혀 미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서모씨는 “10년 동안 모은 돈을 한 번에 잃게 됐다”며 “자녀가 대학생인데 등록금도 못 줘 애들이 아르바이트해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씨는 “수면, 공황장애도 오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전세보증금 6000만원을 A씨에게 줬으며, 보증금은 적금을 해지해 마련했다고 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소식을 듣자 세입자들은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갔지만 사무실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해당 빌라 전세 세입자 10명 중 6명은 지난 2월 건물 소유자 A씨와 그의 남편 B씨를 사기 혐의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본지는 빌라 소유주 A씨와 그의 남편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