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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과장된 연기 가장 경계…안중근 삶 통해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싶었죠”

뮤지컬 영화 ‘영웅’ 정성화

 

 

 거센 눈발이 휘몰아치는 설원 위. 한 남자가 눈보라를 헤치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결연한 눈빛을 한 남자가 노래하며 단지 동맹(斷指同盟)을 시작하면 관객들은 순식간에 스크린 속으로 빠져든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배우 정성화의 모습이다.

14년 동안 동명의 뮤지컬에서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는 이번엔 스크린에 역사적 인물을 되살려놨다. 그의 장기인 출중한 성량과 또렷한 발음은 극장을 울리며 빛을 발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화는 “무게감이 상당하다”고 입을 뗐다.

 

노래에 감정 싣기 위해 맹연습

체중 14kg 감량 외면도 신경 써

 

하얼빈 방문 안 의사 발자취 따라가

공포·두려움 체감 공연에 도움

 

“한국 뮤지컬 영화 자긍심 됐으면”

영화 개봉일에 뮤지컬 무대도 올라

 

 

 작품은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국내 최초 ‘쌍 천만’ 기록을 쓴 윤제균 감독의 신작이다. 윤 감독은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뮤지컬 속 ‘영웅’과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등 유명 넘버 상당수를 스크린에 옮겨왔다. 정성화는 “주연이 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덜컥 겁이 났지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안중근 의사 역할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영화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서 “캐스팅 후에는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 가보자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공연을 오래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안중근 의사 역할만큼은 그런 게 전혀 생기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하면 할수록 책임감과 부담감이 심해지죠. 이번엔 최대한 노래에 감정을 실어 전달하려고 맹연습했어요.”

 

 

정성화는 뮤지컬 영화에서 자칫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뮤지컬 연기와 영화 연기는 동작과 노래의 크기부터 다르다”며 “감정 과잉 같은 과장된 연기를 가장 경계하고 내 순수한 감정을 넣어 기승전결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가창 장면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소화한 것도 이 때문이란다. 그는 “현장의 공간감과 배우의 호흡이 소리에 같이 들어가야 관객이 ‘진짜 노래한다’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장 라이브가 쉽진 않았어요. 제가 노래를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맨 마지막에 부르는 ‘장부가’는 테이크를 총 13번 갔어요. 다시 생각해도 끔찍합니다.(웃음)”

 

 

큰 화면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만큼 내적, 외적으로 더욱더 신경 썼단다.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다이어트를 시작해 86kg에서 72kg까지 무려 14kg를 감량했다고. 정성화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배앓이를 한 점도 도움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크게 웃었다. 섬세한 감정 전달에도 중점을 뒀다. 그는 “처음엔 가창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 그건 신경 쓸 것 없다고 해주셨다”며 “감정 전달만 진심을 담아 하라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안중근 의사의 삶 자체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에 하얼빈 등에 가서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는데 그때 경험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죠. 안중근 의사가 느꼈던 공포, 두려움 같은 걸 조금이나마 체감했었거든요.”

 

 

정성화는 영화 개봉과 같은 날 개막하는 뮤지컬 ‘영웅’ 무대에도 오른다. 극장과 무대 양쪽에서 안중근 의사의 삶을 펼치는 셈이다. 정성화는 “이번 작품으로 한국 영화와 뮤지컬을 합친 ‘국산 뮤지컬 영화’의 성장을 기대한다”며 “한국에도 영화화되면 좋은 창작 뮤지컬 작품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안중근 의사는 제 자긍심입니다. 또 대한민국 사람들의 자긍심이지요. ‘영웅’도 한국 뮤지컬 영화의 자긍심이 되길 바랍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진 불모지였던 우리 뮤지컬 영화 시장이 활짝 열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