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임의로 상임이사를 불출석시켜 파행을 겪었던 ‘경남개발공사 행정사무감사’가 재감사에서는 현안 논의보다 파행에 대한 책임 추궁만 하다 마무리됐다.
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11일 제400회 정례회 기간 경남소방본부(소방서 포함)와 경남개발공사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경남개발공사 감사는 지난 9일 진행됐지만 김권수 신임 사장이 앞서 9개월여간 사장 직무대행을 한 김중섭 상임이사에게 ‘사무실 대기’를 명령하며 감사에 불출석하게 해 파행됐으며 이날 재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된 경남개발공사 감사에서 의원들은 파행 사태를 빚은 김권수 사장의 태도를 비판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소비했고, 현안에 대한 질의는 거의 없었다.
감사 초반 이재두(창원6, 국민의힘) 의원이 “진해 웅동1지구 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한 민관협의체 협의안 도출이 12월까지인데 현재 어느 정도 왔나”고 묻자 김권수 사장은 질의답변에 앞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9일 감사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수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발언했지만 다수 의원들은 이후에도 수차례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권원만(의령, 국민의힘) 의원은 발언 시작과 동시에 김권수 사장에게 “파행 사태를 빚은 것은 사장님이 처신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새 사장이 온다고 해서 개발공사가 이전에 해온 정책들을 업신여기고 갈 순 없다. 상임이사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냐”고 따져 묻자, 김 사장은 “없다. 사업 관련해서는 실무 팀장들에게 보고를 받고 서로 소통했다”고 답했고, 이에 권 의원은 ‘패싱’이라고 비판했다.
서희봉(김해2,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이사의 역할을 따져 감사에 참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김중섭 상임이사에 “상임이사는 중요한 역할 아니냐. 사무실 대기하라 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사장직을 두고 경쟁했더라도 사장으로 왔으면 찾아뵙고 잘 모시겠다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직원 간 단합도 안되는데 뭔 감사를 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영수(양산2, 국민의힘) 의원도 “상임이사 빼고 무슨 감사를 받으려 하냐”고 질타했고, 박해영(창원3, 국민의힘) 위원장도 의회 패싱에 대한 비판을 보탰다.
박 위원장은 “사장님을 채용한 도지사를 잘 섬기고 그쪽 지시만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셨는지는 몰라도 도민 대표가 모여 있는 의회를 핫바지로 본 것”이라면서 “의원들이 다들 의정활동으로 바쁘고 본회의, 예산심의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다시 재감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입장을 재차 묻자 김 사장은 또다시 사과했다.
건설소방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본격적인 현안 질의가 시작됐지만, 앞서 감사 파행에 대한 책임과 배경 등 추궁에 쓴 시간에 비해 매우 미미했다.
박 위원장은 “산청한방항노화일반산업단지가 여태 미분양이다. 처음부터 계획이 잘못된 거 아니냐”고 묻자, 김중섭 상임이사는 “176억이 들어갔는데 항노화 특정 지정 용도로 돼있다 보니 업체를 모집하는 데 애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용도변경 추진 중이나 그것도 산단이 들어서고 몇 년 후 가능하는 등 절차가 있다. 시골이라 종업원을 못 구하고, 업종 특성상 영세기업이 많다 보니 산청까지 올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 계획이 잘못된 것을 시인한다”고 답변했다.
이영수 의원은 “징계현황을 보면 4번씩 징계받은 사람이 아직도 근무를 한다. 한 사람이 연속해 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받는 것은 공사 측 관리감독 소홀이 아니냐, 또 징계받은 사람의 절반 이상이 남명학사 관련이다. 이 정도면 관리 부재이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또 과거 인사 문제 조치 현황, 창원 역세권 분양 후 부도 문제, 각종 사업 시 지역 하도급 비중 미흡 등 질의를 쏟아냈지만 언론 보도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개발공사의 역할을 묻는 수준에 그쳤다.
한편, 이날 오전 진행된 경남소방본부(소방서포함)에 대한 감사에서는 고생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 잇따랐다. 박성도 의원은 3조 1교대는 초과근무 발생 가능성이 있어 ‘4조 2교대 전환 검토’를 제안하면서 업무시간 상 학원 수강 등이 어려운 현장대응팀을 위한 무료 온라인 강의 확대를 건의했다. 전기풍 의원은 정원 대비 현원이 부족하지 않도록 강조했고, 장진영(합천, 국민의힘) 의원은 고생하는 종합상황실 직원들을 위해 부식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