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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리뷰]콩밭에서 캐고자 했던 것은 어쩌면 한줄기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리뷰]도모 지난 14일 아트팩토리:봄에서 '금따는 콩밭'
다음달 6일까지 공연…김유정 동명 소설 각색한 연극

 

돈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갈구하려들까. 문화프로덕션 도모가 지난 14일부터 춘천 아트팩토리:봄에 올리고 있는 연극 ‘금따는 콩밭’은 웃으면서도 눈물짓게 되는 김유정 문학의 해학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었고 금과 돈의 의미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졌다. 극이 끝났을 때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안타깝고도 그 모습이 익숙해서, 넘어가지 않는 씁쓸함을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변유정 연출가가 각색하고 연출한 김유정의 동명 단편소설 배경은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문인, 기자 등 너나 할 것 없이 금 캐기에 열중했던 1930년대였다. 마을에서 묵묵히 일하던 영식이 콩밭에서 금이 나온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콩밭을 엎어 금점을 찾기 시작하면서 전개됐다. 경제 대공황 이후 일제가 금 캐기에 혈안이 돼 있었고, 금이 아니면 인생을 역전하기 힘들었던 시대상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연극은 우스운 장면도 있었지만 마음 편히 웃을 수는 없었다. 결말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콩밭에서 캐고자 했던 것은 금이었지만, 절망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현시대의 각종 투기 역시 묵묵히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작품이 남긴 여운은, 금과 돈을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많은 것이 넘쳐남에도 여전히 결핍을 만들어내고,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어가는 것일까 돌아보게 했다.

 

 

연극 후에는 도모가 올해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극장식당'이 운영됐다.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극장 2층의 식당에서 배우들을 만나고, 연극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극장식당에는 변유정 연출의 모친이자 20여년간 음식점을 운영한 정명자 전 가자미랑 곰치랑 대표가 셰프로 나서 극 중 등장한 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연극 '금따는 콩밭'은 다음달 6일까지 매주 금, 토, 일 볼 수 있다. 올해는 세 작품, 내년에는 다섯 작품, 2024년에는 일곱 개의 김유정 원작 기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도모의 시도를 지켜볼 만 하다.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에서 100년 전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경험에는 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