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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김포에서 만난 한국과 프랑스 '판화로 대화하다'

김포문화재단-주프랑스한국문화원 주최, 현대목판화전 '결의 만남'

 

판화는 목판에 그림을 새기고 종이에 찍어내는 예술이다. 복수로 찍어낸다는 개념에서는 인쇄물과 기본적인 속성이 같지만 판화에는 작가의 의지와 염원, 기억과 상상, 저항과 호소 등 확장성 무한한 예술혼이 담긴다.

지금 김포에서 국내외 판화의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포문화재단과 주프랑스한국문화원 공동 주최로 김포아트빌리지에서 오는 6월5일까지 계속되는 한국·프랑스 현대목판화展 '결의 만남'이다.
양국 작가 30명 참여한 '사상 최초의 교류전'
베르사유미술대학 등 프랑스 곳곳서도 열려
판화의 특성상 동시 전시 가능 '특별한 기회'
김포아트빌리지서는 6월 5일까지 전시 진행
사상 최초의 한국·프랑스 교류전으로 양국 작가 30명이 참여한 '결의 만남'전은 김포 말고도 주프랑스한국문화원(4월13일~6월30일), 베르사유미술대학(5월12일~28일) 등 프랑스 곳곳에서 개최된다.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다는 판화의 특성상 이 같은 동시 전시가 가능했는데, 베르사유미술대학이 전시를 위해 학교 차원의 MOU를 맺은 것은 1795년 대학 설립 이래 처음이다.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디스플레이부터 시선을 잡는다. 이런 곳에도 걸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디스플레이 자체가 작품이다. 전시 총감독을 맡은 김명남 베르사유미술대학 판화학과 학과장이 한 달 동안 국내에 머물며 정승원 참여작가와 함께 디스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명남 총감독은 본격적인 디스플레이에 앞서 작품을 펼쳐놓고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꼬박 3일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오로지 구상에 매달렸다. 특히 그는 일반적으로 작품을 걸지 않는 구석 모서리 공간까지 놓치지 않았다.

 

 

'도시·자연·인간' 세 가지 테마로 구분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판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진다. 붓으로 그린 듯한 정밀한 표현기법과 다채로운 색감, 실리콘에도 찍어내는 기발한 소재 선택, 입체적인 설치판화에 이르기까지 현대판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한국판화의 서양적 요소나 프랑스판화의 동양적 요소를 비교 관람하기에도 좋은 기회다.

소설 '태백산맥' 표지로 유명한 민중예술계의 거목 홍선웅 작가에 따르면 한국 판화는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창립된 이래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세계와 교류한다.

이번 전시에 '제주4·3진혼가' 등을 출품한 그는 "기록을 찾아보니 70년대 '로스엔젤레스 판화협회'(1973년·패서디나미술관)와의 공동 주최를 비롯해 '한중판화교류전'(1977년·대만역사박물관), '서울국제판화교류전'(1978년·국립현대미술관)이 대표적인 국제교류 사례이고, 프랑스와의 인연도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자연·인간 세 가지 테마로 작품 구분
'판화에 대한 고정관념' 허물어지는 느낌
김명남 총감독 "우리 목판문화 널리 알려"

 

홍선웅 작가는 "프랑스와의 교류역사를 거슬러 보면 파리비엔날레에 김봉태(1963년)·김종학(1965년)·윤명로(1969년)·송번수(1971년) 작가가 참가하고, 한국에서는 '현대프랑스판화전'(1974년·진화랑)과 '프랑스영국판화전'(1981년·그로리치화랑)이 개최된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파리 유학파가 다른 나라 유학파보다 많았고 그만큼 파리 미술에 대한 정보가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의 판화가들은 국제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받으며 해외로 진출했으나 프랑스와의 기획전이나 직접적인 교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프랑스와의 대규모 판화기획전은 '결의 만남'전이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베르사이유시·프랑스판화연맹이 후원하는 '제10회 판화페스티벌' 프로그램에 이번 교류전이 포함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강행복·김상구·홍선웅·김억·안정민·김명남·미카엘포르 작가의 파리 Schumm-Braunstein갤러리 전시(5월21일~6월29일), 홍선웅·이경희·이언정·정승원 작가의 파리 거리 판화소품전(5월26일~29일), 한국·룩셈부르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ArtskoCo갤러리 전시(5월5일~6월2일)도 현지인들을 맞이한다.

김명남 총감독은 "유럽 여러 지역에서 전시하는 주목적이 우리 목판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도 함께 열어 한국 목판화의 전통과 역사를 홍보하는 작업을 병행한다"며 "이언정 작가와 정승원 작가가 진행하는 아틀리에와 파리 아시아박물관 학예관의 콘퍼런스도 한국의 목판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