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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출신 사할린 동포들...고향 생각에 '한 맺힌 망향가'

서울제주도민회 등 안산시 고향마을 정착촌 거주하는 제주인들 위문
1세대 28명, 2세대 16명 등 44명 거주..."제주 땅 밟아보는 게 소원"
일제에 의해 사할린 탄광으로 강제 징용된 후 꿈에 그리던 제주 오지 못해
강한일 회장 "타국에 살다가 고국에 정착한 동포들은 제주도민으로 한가족"

 

 

“아버지는 고향 제주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장순자씨(86·여)는 일제에 의해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아버지 고(故) 장세종씨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고인은 제주시 화북동 출신으로 광복을 맞이하고도 사할린에 계속 거주하다가 2000년 한국에 입국한 그해에 세상을 떴다.

서울제주도민회(회장 강한일)와 경기 안산시흥제주도민회(회장 김현철)는 22일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고향마을’을 방문, 제주 출신 사할린 동포들을 위로하며 감귤과 물품을 전달했다.

고향마을 아파트에는 484가구 749명의 사할린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제주 출신은 1세대 28명, 2세대 16명 등 44명이 살고 있다.

일제는 1930~1940년 전시 체제에 돌입하면서 얼음의 땅 사할린에 제주도민을 포함해 조선인 7만여 명을 탄광·비행장·도로·철도 등 군수시설 건설 현장에 강제 동원했다.

이 중 절반은 극심한 노동과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일제의 패망으로 사할린은 옛 소련에 반환됐고, 이곳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송환됐으나 4만여 명의 조선인들은 현지에 방치됐다.

광복은 됐지만 정부는 이들을 송환할 여력이 없었고,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과 옛 소련은 적대관계에 놓이면서 4만여 조선인들은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다.

이날 김현철 안산시흥제주도민회장은 사할린 코르사코프 항구에 건립된 망향의 탑 비문을 낭독했다.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 굶주림을 견디며/ 고국으로 갈 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혹은 굶어 죽고/ 혹은 얼어 죽고/ 혹은 미쳐 죽는 이들이 언덕을 메우건만/ 배는 오지 않아….”

비문이 낭독되자, 제주 출신 사할린 동포들은 고된 탄광 일을 하다가 현지에서 사망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서귀포시 상예리에서 살았던 부모가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됐다고 밝힌 임종선씨(88)는 “제주 출신 1세대들은 대부분 세상을 떴고, 2세대들도 고령이 됐다”며 “서울도민회에서 매년 체육대회마다 사할린 동포들을 불러주고 식사를 제공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한일 서울제주도민회장은 “타국에 살다가 안산에 정착한 이들 모두는 제주도민이고, 한 가족”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 고향 방문 사업을 다시 재개하고, 서울도민회 고충상담위원회를 통해 법률과 의료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

김미숙 제주도 제외도민팀장은 “제주도정은 조국의 품에 안긴 사할린 동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하루 빨리 고향에 초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대독했다.

사할린 동포들의 모국 방문은 1988년 대한민국과 옛 소련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이뤄졌다. 정부는 영구 귀국하는 동포들을 위해 안산시에 ‘고향마을’ 임대아파트 8동을 건립, 보금자리로 마련했다.

사할린에서 출생 후 70년 넘게 동토의 땅에 살다가 지난해 고향마을 아파트로 입주한 김재인씨(73·여)는 “아버지(김봉수)는 사할린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작고했다”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에 영구 귀국했는데 조만간 국적을 취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서울제주도민회 신현기 명예회장, 이일현 수석부회장, 이승석 상근부회장, 김미순 사회복지위원장, 강수일 사무국장을 비롯해 김순홍 세계제주인대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도 참석해 제주 출신 사할린 동포들을 위로했다.

서울=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