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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新문화의 향기] (22) 창원 카페 F1.8

커피와 사진이 만나 문화일상 줌인

창원 가로수길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다양한 가게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국과 홍콩,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외관부터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소품까지. 저마다의 취향과 특색을 품고 있다.

 

그 속에서 카메라 뷰파인더 화면을 연상케 하는 창문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창문 너머로 내부를 들여다 보니 한쪽에서는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커피를 내린다. 공간 사이사이 카메라와 필름 그리고 사진 관련 책도 진열돼 있다. 조심스레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홍순천·백동민 대표가 인사를 건넨다.

 

“사진과 커피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두 사람이 만나 사진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채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바로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에 위치한 카페 ‘F1.8’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카페와 사진을 결합한 공간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기에 가끔씩 하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진하는 공간을 일종의 셰어하우스처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후 두 대표는 고민 끝에 사진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컨셉을 잡았다. 카페 이름에서부터 그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카메라 렌즈 부품 중에는 조리개라는 게 있어요. 그게 F1.8이라고 하면 되게 밝은 조리개예요. 이 조리개가 들어간 렌즈들이 필름하시는 분들에게 저렴하게 많이 팔렸죠. 그래서 사진을 좀 더 보급하는 데 큰 영향을 줬어요. 저희가 카페 이름을 F1.8이라고 명명한 이유도 조리개 F1.8이 들어갔던 렌즈들이 사진을 보급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처럼 저희 공간으로 하여금 사진을 좀 더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대중화시켜보자는 바람에서였죠.”

 

‘F1.8’이라는 이름에 담긴 바람처럼 현재 카페 공간에서는 커피와 더불어 사진과 가까워질 수 있는 콘텐츠들이 다양하다. 먼저 지역 사진작가들과 협업해 정기적으로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 기간 동안 해당 사진 작가들이 직접 찍은 사진엽서도 구매할 수 있다.

 

“도내에도 숨은 포토그래퍼들이 많아요. 하지만 노출은 잘 안 되죠. 전시도 하기 힘들구요. 그런 까닭에 이 분들이 주로 부산이나 서울에 가서 활동을 하죠. 이 분들과 함께 사진전을 진행하면서 전시기회도 제공해드리고, 손님들에게 좋은 사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사진 관련 책들도 접할 수 있다. 벽면 한 켠 마련된 책 선반에는 요시고, 라이언 맥긴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집이 진열돼 있다.

 

“대부분 사진전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가서 관람하기는 힘들죠. 이런 현실을 고려해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접하실 수 있게끔 만들어봤어요. 최근 서울에서 인기를 끌었던 요시고 사진전이 있었는데, 저희 카페에 사진전 도록이 있다고 하니까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한 편에서는 필름카메라와 필름도 판매하고 있다. 촬영한 필름을 맡기면 현상인화도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사진을 눈으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과 인화 등을 직접 체험하며 사진과 친해질 기회도 열려 있다. 수강생들이 카페에서 제공하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오면 카페 내 마련된 암실에서 직접 현상·인화를 해볼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의 작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사진 클래스도 마련돼 있다. 출사지에 가서 사진 찍는 걸 직접 도와주는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커리큘럼을 정해놓았다기보다는 사진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에 맞춰 수업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어요. 그 분들마다 다 사연이 있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까요. 일례로 손님 중 한 분의 직업이 플로리스트인데 꽃을 예쁘게 찍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저희는 이를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죠.”

 

마지막으로 홍 대표는 ‘F1.8’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창원에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좋아하면 꼭 F1.8 가봐’ 이렇게 사람들이 추천해줄 수 있는 공간이고 싶어요. 요즘은 워낙 휴대폰 카메라 잘 나와서 휴대폰만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으시잖아요. 휴대폰 이외에도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등 사진을 찍고 접할 수 있는 여러 분야가 있으니까 F1.8이 다양한 사진 문화를 조금 더 누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계속해서 가꿔나갈 예정이구요.”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