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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⑧경주 천년고도 라이딩

삼릉숲∼문무대왕릉…천년고도 '야외 박물관'
왕의 자취 깃든 '70km 구간' 라이딩…통일전 앞 솟구친 은행나무길 환상
103년 驛舍 불국사역, 역사 속으로

 

깜냥도 안되는게! 애초에 천년고도 경주를 논한다는 것은 시건방진 노릇임에 틀림없다. 진기한 이야기 보따리와 그득한 보물들이 사통발달 펼쳐져 있는 경주를 어줍쟎은 서생의 손끝으로 논한다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이다. 염치없이 때뭍은 역사책을 뒤적인다. 경주는 기원전 57년부터 삼국 통일후 935년까지 약992년 간 지속되었던 천년고도(古都)이다.

 

◆벽없는 박물관,경주

 

2021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CNN트래블즈가 선정한 세계25대 여행지, '역사문화' 카테고리에 "경주"가 뽑혔다. 여행잡지 론니플랜잇(Lonely Planet)이 선정한 2022년 세계 Top10 여행지에도 "경주"가 이름을 올렸다. 2021년 TIME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명소 중 한곳으로 "경주"가 또 이름을 올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금은 꿈꾸고, 나중에 가봐야 할 곳 (Dream now, go later)" 으로 경주를 꼽으며 "벽없는 박물관(The museum without walls)"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약200여 개의 문화재가 즐비하고, 사찰, 궁궐, 불교, 석탑, 암각화, 고분, 호수, 강 그리고 사시사철 꽃들의 향연, 눈길 닿는 모든곳이 생경하고 탄성이다. 특히, TIME은 경주를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적지"라고 역동성을 높이 평가 하였다. 골목마다 젊은이들이 들끓는다.

 

연인들도, 가족들도, 삼삼오오 우정들도 경주 이골목 저골목에 번잡하다. 사계절, 낮도 좋지만 밤은 화려하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적지 - 벽없는 박물관"은 천년고도 경주가 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관광지로 손꼽히는지를 한마디로 매듭한다. 인스타그램등 SNS의 인기몰이 매력지로도 경주가 당연히 핫하다. 그런, 경주를 두바퀴 자전거로 누비는 것은 호사중 으뜸이다.

 

 

◆ 경주 감포 가는 길

 

삼릉숲~불국사~덕동호~추령재~골굴사~문무대왕릉 70Km

 

676년! 오랜 전쟁끝에 마침내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가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그는 죽어서도 용이 되어 국가를 돌보기를 소원하며 681년 거친 동해 바다속에 수장되었다. 그의 아들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을 기리며 682년 감은사를 짓고, 국가를 지키는 영험한 대나무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해발 584m '함월산(달을 품은 산)'을 넘어 감포 바다로 향했다.

 

그가 디뎠던 길은 오늘날 '문무왕 장례 행차길' '호국 행차길'로 명명되고, "왕의 길"로 거듭났다. 자전거는 그 왕의 길의 자취를 따라가 본다. 출발은 남산 자락의 삼릉숲이다. 모 유명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 한장이 1억 여원에 팔렸다는 명성을 품은 소나무 숲이다. 소나무숲 사이로 '이사금' '신덕왕' '경명왕'의 세 무덤은 늠름하다. 그 오랜 역사끝의 호기를 가슴에 담고, 숲속길 ' 삼릉가는길' 을 가로질러 풍류의 상징 '포석정'을 향한다.

 

 

그리곤, 연이어 흙벽으로 덧씌운 담벼락을 꼬불꼬불 벗어나 '남간사지 당간지주'를 쌩하고 지나친다. 즐비한 보물들이 연이은 탓에 왠만한 유적지는 흘깃 보고는 패스다. 이윽고, 샛강으로 굽이쳐 이어진 또 다른 포토죤 '경주 산림 환경연구원'에 다다른다. 피톤치드 향기 가득한 메타스콰이어 숲을 달리다 보면 덩그런 큰 건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통일전이다. 통일신라를 이룩한 3대 인물을 기리는 공간이다.

 

"김춘추, 김유신, 문무왕" 세 인물의 기개와 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다. 김춘추의 예지와 책략, 김유신의 기개와 웅비, 문무왕의 간절함의 조화가 고구려, 백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장 연약했던 신라가 통일에 이르게 된 도전 의식이 느껴진다. 다들, 물한금씩 축이고 통일전 앞 찌를듯 솟구친 은행나무 숲길을 질주한다. 저 멀리 불국사 이정표가 다가온다.

 

 

◆경주의 숨은 자전거 비경길

 

불국사 삼거리에서 눈을 살풋 돌리니 자그마한 역사(驛舍)가 보인다. 이제는 폐역이 된 '불국사 역'이다. 1918년 11월 1일 역사는 문을 열었고, 딱 103년째에 들어서는 2021년 12월 28일, 그 오랜 여정에 쉼표를 찍었다. 점점 더 익어갈 '불국사 역'의 앞으로 변신이 자못 기대된다. 불국사 초입에 들어선다. 아하! 자전거는 출입 불가다.

 

소싯적 기억력을 되살려 우리나라 탑중 가장 아름답다는 다보탑, 석가탑, 대웅전에 오르는 청운교, 백운교와 연화교, 칠보교를 되새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징표앞에서 각자 폼생폼사 하면서 흔적을 남긴다. 석굴암 가는길은 제쳐두고 보문호수 뒤쪽, 임곡 방향으로 향한다. 가을녘 억새밭으로 유명한 무장산 가는길이다. 숨은 벚꽃길의 백미다.

 

대성리 마을회관 갈림길에서 자전거 전열을 가다 듬는다. 이젠, 경주의 숨은 자전거 비경길, 덕동호를 돌 참이다.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보배다. 보문호는 화려하지만, 덕동호는 소박하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다. 숨겨진 원시림 마냥 거칠다. 하지만 내내 정겹다. 1977년 완공되었다는 덕동호는 함월산등에서 내려온 물길을 모아 보문호로 흘려보내고 시민들의 수원(水源) 노릇을 한다. 달리는 내내 탄성이 이어진다.

 

 

경주를 찾는 자전거족이라면 덕동호는 필수다. 덕동호 끝무렵에 이르면 감포로 향하는 옛적 국도와 부닥친다. 신작로 같은 새길은 관두고, 경주 황용동과 감포를 잇는 추령재(310m)를 넘는다. 땀을 삐질 흘리며 추령재 턱바지에 오르면 고풍스런 건물을 만난다. 멋스럽게 가부좌를 튼 '백년 찻집'이다. 빛바랜 기와와 삐걱대는 고목들 사이로 앙증맞은 연못이 쫄쫄 흐른다.

 

◆문무대왕릉을 만나다.

 

"백년"이 주는 울림은 강하다. "백년 손님, 백년초, 백년의 사랑, 백년 인연, 백년의 고독, 백년 가게 그리고 백세 인생"! 숫자100, 백년은 오히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백년은 영겁이고, 무한이다. 백년의 아련함을 간직하고, 추령재 내리막길로 쏘아 붙친다. 아뿔싸, 얼마 못가 길이 막혔다. 2년전 태풍끝에 유실된 도로가 아직 복구중이라 산더미같은 토사와 복구 장비들이 뒤섞였다.

 

되돌아 갈수도 없는 노릇. 다들 어깨에 자전거를 들쳐매고 흙산을 뒤뚱대며 넘는다. 이제는, 감포까지 직진이다. 딱, 도중에 들러야할곳이 있다. 바로 골굴사(骨窟寺)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석굴사원이자 세계 선무도(禪武道)의 총본산이다. 때마침, 오후3시 선무도 공연에 맞춰 자전거는 잠시 눕혀두고 다들 자리를 잡았다. 탈춤과 고난도의 선무도, 요가등 다채로움에 박수가 이어졌다.

 

 

때마침, KBS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 촬영중이라 더욱 반가웠다. 불교수행의 한 방편으로 이루어진다는 선무도는 내심 언젠가는 꼭 와서 배워 보리라 꼬깃 기억해 두었다. 이제는 종착지인 문무왕을 만나러간다. 해변으로 부터 약200미터 떨어진 수중 암벽속에 잠들어 계신 문무대왕릉을 향해 다들 손을 흔든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간절함을 되새긴다. 그렇게 천년고도는 이어져 온것이다.

 

다음번 자전거는 보문호에서 옥산서원을 잇는 경주유네스코길 힘차게 달릴 작정이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