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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조선시대 핫 플레이스,강원의 명소는 지금]용의 비늘 일어난 듯 신비로운 동굴 속 세계 잠자던 호연지기 깨우네

(11)평창 대화석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

 

 

광천선굴(廣川仙窟)로 알려진 지역 명소
길이 약 600m·지질연대는 4억년 내외
허목·이익상·이세구·채팽윤 동굴 찾아
큰 횃불 의지해 어둠 속으로 탐험 떠나
기괴한 바위 구불구불 깊고 그윽한 광경
직접 답사한 체험기 비롯 시문으로 남겨


평창군 대화에서 대화천을 건너면 땀띠물이 기다린다. 예전부터 물로 몸을 씻으면 땀띠가 깨끗이 나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가뭄이 심해도 수량이 일정하고, 수온은 항상 10도를 유지한다. 여름철엔 손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겨울철엔 따뜻하여 동네 빨래터로 유명했다. 수질도 좋아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 땀띠공원으로 탈바꿈해 휴식 장소가 됐고, 이곳에서 매년 평창더위사냥축제가 7월 말부터 8월 초에 열린다.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는 동굴 탐험이다. 광천선굴(廣川仙窟)로 알려진 굴의 길이는 600m 정도, 지질연대는 약 4억년 내외, 동굴 안의 온도는 늘 14도 정도다.

동굴은 예전부터 대화지역의 명소였다. 조선시대 허목(許穆·1595~1682년)은 이곳을 직접 답사하고 ‘척주지'에 남긴다.

대화역 북쪽에서 석굴을 구경했다. 큰 횃불을 앞뒤에서 연이어 들고 속으로 들어가는데 험준한 구멍이 사방으로 통하여 막힌 데가 없다. 동북쪽으로 수십 보를 가면 굴이 점점 높아져서 손으로 잡고 몸을 붙이고서야 오를 수 있다. 깊이 들어가도 끝이 없고, 시냇물이 그곳에서 흘러나와 돌 아래로 세차게 흐르는데 물소리가 요란하다. 돌은 기괴한 모양이 많다. 어떤 것은 꿈틀대는 이무기 같아 발로 낚아채는 것 같고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것은 무쇠가 녹아 흐르다 엉겨 붙어 괴상한 모양이 된 것 같다.

이익상(李翊相·1625∼1691년)은 강릉부사로 발령받아 가다가 ‘대화석굴(大和石窟)'이란 장편의 시를 짓는다. “대화역에 이르니, 석굴이 대화에 있는데, 모두 말하길 아름다워 볼만하며, 구불구불 그윽하며 깊다 하네. 태수는 고상한 흥취 일어, 잠깐 머무르라 수레에 명하고, 늘어선 횃불로 밝게 비추니, 조그만 털도 볼 수 있으며, 지축이 깨지는 듯하네.(하략)” 길게 횃불을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삼삼하다. 조심조심 바위를 잡고 가서 다랑이논처럼 생긴 곳에 도착했다. 앞에서 북 치고 퉁소 불며 가게 했으니 흥을 돋우기 위함보다는 악귀를 쫓고 두려움을 쫓기 위함인 것 같다. 굴이 횡성까지 연결됐다는 것은 당시 널리 알려졌던 것 같다.

이세구(李世龜·1646∼1700년)는 ‘동유록'에 동굴 체험기를 남겨놓았다. 진부에서 청심대를 거쳐 모릿재를 넘었다. 남쪽으로 향하다가 대화천을 건너 수백 보를 걸어가니 바위 밑에 굴이 보인다. 입구는 세 칸 정도이고 동굴 가운데 넓이는 여덟아홉 칸이다. 쳐다보니 바위 모서리에서 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한참을 가니 바위가 논도랑과 둑을 만들었다. 논을 지나자 큰 바위가 가로 걸쳐 있고, 그 바깥은 끝을 헤아릴 수 없었다.

채팽윤(蔡彭胤·1669∼1731년)도 1729년에 대화를 지나가다가 이상한 굴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굴 앞에 이르렀다. 횃불을 줄 세우고 퉁소를 불며 앞에서 인도하게 했다. 위를 보니 용의 비늘이 일어난 듯하고, 아래는 큰 구슬이 새겨진 듯하다. 어둠 속에서 물방울이 때때로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쏴 하고 불어온다. 가장 깊은 곳에 이르니 바위 밑에 밭이 세 두둑이다. 오른쪽에 구멍이 갈라지며 물이 흐르는데 콸콸 소리를 낸다. 물 곁으로 조그마한 길이 있는데 이곳으로 가면 횡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어찌 아냐고 물으니 예전에 이곳에서 개를 놓쳤는데 횡성에서 찾았기 때문에 안다고 말한다. 채팽윤은 이 말을 듣고 ‘신이굴(神異窟)'이란 시를 지었다.

광천선굴은 미탄면 백룡동굴과 함께 평창을 대표하는 석회동굴이다. 평창군은 광천선굴 어드벤처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옛 지도와 선인들의 시문에 언급되던 석굴의 진면목이 궁금하다.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