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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여기 서면 인생샷]횡성 태기산 전망대

'첩첩산중'이 그대 발 아래

 

 

산을 품은 운해은 천상, 사시사철 변화무쌍 매력 뽐내
풍력발전기 세찬 바람 맞으며 장대한 산맥 한가운데 오롯이 주인공


태기산(泰岐山) 전망대는 해발 1,261m 정상보다 조금 아래 자리 잡고 있다. 태기산의 본래 이름은 덕고산(德高山)이다. 산은 횡성 둔내면과 청일면, 평창 봉평면, 홍천 서석면 경계에 이르는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전망대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어 한시바삐 탁 트인 전망을 보려는 조급한 방문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광은 사방에 가리는 곳이 없어 장대한 산맥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든다.

겹겹이 동심원처럼 펼쳐진 크고 작은 산 능선들은 원근(遠近)을 표현하듯 갖가지 형태로 시야를 사로잡는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 장관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마을과 소도시가 손에 잡힐 듯한 대자연 속에서 ‘작디작은 인간의 삶'을 새삼 깨닫는다. 때때로 산을 품고 나타나는 운해(雲海)까지 더해지면 천상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동북 방향에는 태기산을 더 유명하게 하는 대형 풍력발전기가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태기산의 비경은 시간과 위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태기산 전망대는 이미 사진 마니아들 사이에는 꽤나 알려진 작품 활동 명소로, 변화무쌍한 풍광이 사진 찍기의 묘미를 더해 준다. 여름철 전망대 주변은 다양한 여름꽃이 천상화원을 뽐내고, 겨울이면 눈으로 만들어지는 은빛세계가 시각을 마비시킨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등산로를 걸어 정상에 오른다면 곳곳에서 또 다른 태기산의 속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태기산은 천혜 비경과 함께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은 신라 박혁거세에 밀려 군사들을 후퇴시켜 태기산으로 이동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했다. 산자락에서 발원하는 갑천은 주천(酒泉)이었으나 태기왕이 박혁거세의 추격을 받아 산으로 들어올 때 더러워진 ‘갑옷을 씻었다'고 이름이 바뀌었다. 태기산은 횡성을 대표하는 섬강과 주천강이 시작되는 발원지다. 산 정상에는 1㎞ 가량의 산성과 태기산성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산성은 해발 750~1,000m 높이에 축성돼 낭떠러지 등 험한 산세와 조화를 이뤄 천혜 요새를 구축했다. 태기왕은 박혁거세에게 다짐하며 산마루에서 500m가량 남쪽으로 내려와 둘레 3,653척 되는 성벽을 쌓고 정예 병사를 육성했다고 한다. 산성 안의 전답도 개간해 군량을 확보했다. 4년 뒤 신라군의 공격을 받은 태기왕은 패퇴해 도주했다.

태기산은 ‘해동지도' ‘여지도' ‘광여도' ‘지승' 등 옛날 지도에 등장한다. 태기왕의 역사는 횡성의 정체성의 일부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숨결이다.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태기산에서 뇌리에 담아 둘 결정적 장면을 만나보자.

횡성=유학렬기자 hyyoo@kwnews.co.kr 사진=횡성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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