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앙정치권과 도내 지선후보자들 사이에서 “전북지역 선출직 공직자는 사실상 민주당 임명직이나 다름없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전북보다 타 지역에 더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도민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적은 국민의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전북처럼 패배가 기정사실화 된 지역에 굳이 불필요한 힘을 쏟기보단 경합지역에 더 많은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출직공직자’는 국민이 뽑는 것이지만 일당독주 체제가 공고해진 전북에선 도민의 선택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이 당선을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당 같은 제3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적어, 선거 출마자들이 민주당 경선 결과에 불복해 탈당하는 사례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선거구 별로 진보 강세지역과 보수 강세지역이 나눠진 다른 지역은 본선 셈법과 시나리오가 더욱 다양하다.
20일 전북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지선 열풍은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3선 출마와 김승수 전주시장의 지방선거 불출마로 조기 점화됐는데, 이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받기 위한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지선이 정책과 공약 대결보다 민주당 지도부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내 실력자의 눈에 들기 위한 물밑경쟁만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다.
벌써부터 도내 지방의원들 사이에선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위원장인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도지사를 비롯한 시장·군수들도 재선 또는 3선을 하기 위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심지어 재선이나 3선을 노리는 도내 기초지자체 단체장까지 유력 대선 후보에 줄을 서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안정적인 조직과 지지기반을 확보한 인물일지라도 민주당 경선에서 ‘컷오프’ 되면 모든 선거준비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게 전북의 현실인 까닭이다.
역량을 갖춘 도내 인물들이 정치에 입문할 때도 자신의 사상이나 철학에 기인해 정당을 선택하기 보단 무조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언론 역시 선거를 다룰 때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인물만을 놓고 다루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렇게 특정 정당의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될수록 고소고발 등 선거후유증이 클 것이란 게 지역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실제 지난 지선과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자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당선자 대부분이 재판을 받았다.
도내 정치판에서 너무 높은 민주당 의존도는 다양한 후보자와 인물을 배출하는 데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정치신인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홍보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내년 지선캠프에서 활동할 예정인 정치권 관계자 A씨는“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는 물론 전북에서 정치에 발을 들인 후보는 많게는 수만명, 적게는 수 천 명 이상의 권리당원을 모집하는 게 관례”라며“당원 모집과 관리에 드는 비용이나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비용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당내 경선을 감당할 수 없고, 지금처럼 민주당 탈당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선 당을 위한 충성경쟁과 선명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정 kking152@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