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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붓대신 총잡고 전장 나갔던 학도병들, 71년 만에 모교로 돌아오다

전주고등학교 총동창회 1일 충혼탑서 6.25 전몰동문 추각(追刻) 기념식
호국보훈의 달 앞두고 기존 38명에서 8명 추가 발굴
6.25 전쟁직후 발간된 학도명단과 학적부 대조

 

 

‘김남주, 김대술, 박규완, 안근희, 이종렬, 이철근, 최문갑, 허봉규’.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된 1일 오전 11시 전주시 노송동 전주고등학교 교정 농구장 옆 충혼탑. 한지에 한자 정자로 정갈하게 쓰인 8개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름들이 적힌 한지는 북쪽 면 탑신 학도병들의 이름이 새겨진 왼쪽에 부착됐다. 이들의 이름이 돌아와 붙여지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이 왼쪽은 충혼탑이 세워진 이후 71년 동안 공백이었다.

이들 8명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참전한 전주고 교사와 학생 400명 중 전사한 52명(교사 10명 포함) 중 충혼탑에 미처 각인되지 못한 이들로, 향후 추각(追刻)될 예정이다.

이들 8명은 전주북중학교 3학년 2명, 전주고 2학년 2명, 3학년 4명으로, 북한 인민군이 전주에 입성한 1950년 7월 20일 전, 붓과 연필 대신 총을 손에 쥐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이들 학도병들은 안강과 포항, 38선 근처에서 전투에 참여했지만 52명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대신 1951년 9월 28일 서울 수복 1주년을 맞아 전주고에도 충혼탑이 세워졌다. 14명의 이름은 비워둔 채였다.

이에 전주고총동창회(회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김영선(44회) 사무처장은 14명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전몰 선배 한분이라도 더 찾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처장은 전몰학도명단과 전주고등학교 학적부와 대조한 결과, 8명을 새로 찾아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전주고총동창회는 이날 추각위원장인 임명환 전 완주군수(28회)와 전종환 전 군산시장(28회), 전주고 박진홍 교장, 유족, 학교 관계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각 기념식을 가졌다.

고 김대술 씨의 유족인 여동생 김기조 씨(82)는 “정읍 태인 출신이던 둘째 오빠가 전주에서 하숙을 하다 방학 때만 되면 연필을 가져와 환하게 웃으며, 우리 8남매에게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며 “정말 선한 오빠였는데, 고향에 돌아오는데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생사를 알고 탑에 올라가게 돼 정말 기쁘다”며 “몇 년 만, 정말 몇 년 만 빨랐더라면 그렇게 둘째오빠를 그리워하던 큰 오빠가 이 추각식을 보셨을 텐데 너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전주고총동창회 관계자는 “아직도 52명의 전몰 선배 중 오늘 8위를 제외한 6명이 남아있다. 이분들을 찾을 것”이라며 “그분들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총동창회 차원에서 전담기구를 꾸려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세종 bell103@jjan.kr